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며 신속한 직무집행 정지를 주장했다. 전날까지 탄핵에 부정적이었던 한 대표가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면담한 뒤에도 “제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을 못 들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위헌·불법 행위로 주권자 생명을 위협한 대통령에게 한순간이라도 국정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2차 계엄’ 가능성을 제기하며 탄핵소추안 표결 때까지 비상 대기 체제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의원 중 8명만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속속 흘러나오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당시 행적에 관한 전언과 증언들은 그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한 대표가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얘기부터 경악스럽다. 윤 대통령이 고교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으로 체포하도록 지시했고 체포한 이들을 과천의 수감 시설에 가두려는 구체적 계획까지 있었다는 내용이다. 단순히 야당을 겁주려는 경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체포 대상자는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 당직자에 그치지 않았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위치 추적을 요청받은 체포 대상자들을 공개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부인 입장을 냈다가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거기엔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유튜버 김어준 씨, 선관위 위원, 노동단체 대표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어떤 기준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할 정도로 제멋대로 만든 명단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계엄 실행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작전 도중 707특임단의 이동 상황을 묻는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고,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은 당정 인사들에게 “야당에 경고만 하려던 것”이라고 했다지만, 실제론 일선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실시간 상황을 챙길 정도로 비상계엄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던 셈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밝힌 계엄군의 중앙선관위원회 점거 이유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김 전 장관은 300명 넘는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투입된 데 대해 “많은 국민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그것이 윤 대통령의 뜻이었음을 인정했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의 4·10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에 얼마나 경도돼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위헌·위법적 계엄 선포 자체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격을 잃었다. 이번 계엄 사태는 그간 이면에 가려 있던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이고 위험한 현실 인식, 나아가 감정적 충동적 의사결정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과연 그런 생각과 성정을 가진 지도자에게 대한민국 국정의 운전대를 계속 맡길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을 낳게 했다. 국민 대다수도 고개를 돌렸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계엄 선포 이후 13%로 떨어졌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대한민국은 8년 전과 같은 5개월의 국정 공백 사태를 겪어야 한다. 이미 안보와 외교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들어갔다. 국방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장관 직무대리 체제가 가동됐고, 동맹인 미국마저 실망과 우려를 표출하는 상황이 됐다. 그뿐 아니다. 정부 정책 추진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연일 주가와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국정 리더십의 조속한 정상화 없이는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이제 윤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거의 없는 듯하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게 자의가 될지 타의가 될지 선택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윤 대통령의 마지막 판단에 따라 한국 정치의 회복, 나아가 국정 전반의 정상화 속도가 결정될 수 있다. 국민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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