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대미문인 與대표-총리 공동국정… ‘2선 대통령’ 또한 황당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8일 23시 30분


-위헌 논란 부른 韓-韓 구상은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일 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수습 방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 발표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나란히 각각 대국민 담화를 냈다. 한 대표는 “질서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정국을 수습하겠다”며 대통령의 국정 관여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도 “여당과 함께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여당과 정부 대표로서 함께 국정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총리와 여당의 대통령 권한 공동 행사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도 “한동훈-한덕수 합작 2차 내란”이라고 반발했다.

한 대표와 한 총리의 공동 담화는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국회 탄핵 표결 무산에 따라 국정 정상화의 지휘봉이 자신들에게 맡겨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곧바로 위헌과 월권 논란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이 향후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고 국정 운영 책임은 ‘우리 당과 정부’에 맡겼다지만 그것을 윤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권한 위임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표 수리 등 인사권을 행사했다.

7일 윤 대통령 담화부터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까지 여권은 모처럼 기민하게 움직였다. 윤 대통령의 2분짜리 담화는 표결을 앞두고 흔들리는 국민의힘 내부, 특히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요구한 소장파 5인을 겨냥한 맞춤형 담화였다. 그에 따라 여당에선 의원 3명을 제외한 105명이 끝내 본회의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일단 야권의 기세를 꺾었다. 한 대표는 이런 전술적 승리에 고무된 듯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혼란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취를 두고 “직(職)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 판단”이라며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일지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선 아무런 얘기가 없다. 야당 주도의 탄핵은 반대하면서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자는 의미로 보이는데, 그 전제로 여야 간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부 사퇴론으로 들린다. 임기 단축 개헌 협상, 나아가 향후 정치적 유불리를 염두에 둔 거래를 시사하는 듯하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2선 후퇴, 즉 총리와 여당에의 대통령 권한 위임은 당장 거센 위헌·위법 논란을 낳고 있다.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 없이 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헌법상 근거가 없고, 더욱이 헌법기관인 국회도 아닌 사적 조직인 정당에 대통령 권한을 일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지금 사태는 선거에 의해 국민의 위임을 받은 두 권력의 기능 부전이 초래한 결과일 것이다. 즉 대통령 스스로 사퇴하든 국회가 탄핵을 가결하든 헌법적 절차에 따른 질서 있는 퇴진이 이뤄져야 함에도 어느 것도 못 하는 교착에 빠졌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망상에 사로잡혀 해선 안 될 일을 벌인 대통령은 스스로 이성적 판단력을 잃은 듯하고, 국회는 비록 대통령의 망동을 막아냈음에도 당파적 권력다툼에 빠져 절대다수의 민의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은 국민도 국회도 아닌 여당에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고, 여당은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주도권을 내세우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2선 후퇴라는 불안정한 정치 공간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 주역이 여권 내분의 한복판에 있던 당 대표, 계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부 2인자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통령 하야나 탄핵이 우리 정치의 습성처럼 돼선 안 된다. 그렇다고 임시변통의 변칙이 그 둘을 대신하긴 어려울 것이다.
#한동훈#한덕수#대국민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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