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하며, 그리하여 우리가 자유로운 주체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말이다.’
―알렌카 주판치치 ‘실재의 윤리’ 중
우리는 통상 자유가 강제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강제도 없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알렌카 주판치치는 반대로 자유란 어떤 강제된 선택으로부터 구성된다고 말한다. 이는 자유가 단순히 어떤 선택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의 가능성 자체를 구성하는 보편적 토대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강도가 나타나 ‘돈이냐, 목숨이냐’라는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때 우리가 돈을 선택한다면 우리가 돈과 목숨을 모두 잃을 것임은 자명하다. 우리는 목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여기서 목숨은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되었지만 그 선택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선택이 선택의 상황 자체를 구성하는 보편성과 관련이 있는 사안에서 우리의 자유는 한 방향으로 강제될 수밖에 없다. 12월 3일 밤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탄핵은 불가피하며, 이것은 이런 식으로도 저런 식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이고 중대하게 침해한 내란 행위를 즉각 단죄해야 한다는 것 외의 다른 생각은 논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우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표현할 가능성 자체를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여기서도 자유는 하나의 의무로서, 일방향적인 것으로서 강제된다. 주판치치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가 자유로운 주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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