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대령)이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며 “죄가 있다면 (저 같은)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어떠한 법적인 책임도 모두 제가 지겠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나겠다”고 했다.
국군 최정예 특수부대의 지휘관이 기밀 사항인 실명과 얼굴까지 드러내며 공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김 단장이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고 눈물로 호소할 정도로 일선 장병들의 사기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비무장 자국민을 진압하라는 명령으로 명예에 치명상을 입은 데다 당시 병력 투입을 지시했던 사령관들이 야당 국회의원의 유튜브에 나와 “상부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변명을 늘어놓자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초급 장교들 중에는 전역을 결심하고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인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에 “더 이상 경찰 방패를 들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군경을 정치적으로 동원한 계엄 사태는 군경이 독재 정권에 부역해 온 흑역사를 청산하고 믿음직한 국가 방위와 인권 수호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십 년간 기울여 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군 최고통수권자를 비롯해 군경 지휘부가 줄줄이 내란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안보와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작가 한강이 말했듯 그릇된 명령과 올바른 양심 사이에서 “고통을 느끼며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젊은 제복들에게 위로와 신뢰를 보낸다. 누구도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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