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673조3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제출한 예산안에서 4조1000억 원을 깎은 감액 예산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어제까지 여야정 합의를 요구했고, 기재부와 국민의힘이 삭감 예산 일부를 되살리는 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합의 통과가 최종 불발됐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깎은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정상적인 상황도 아니어서 유감스럽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지금은 일단 예산을 통과시켜 국가의 기본 기능이 멈추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자칫 연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내년 1월부터 정부는 최소한의 의무적 지출만 하게 되는 ‘준예산’ 상황에 빠지고, 민생경제의 타격도 예상된다. 내년 들어 경제 활성화, 대형 재난 등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야 합의로 추가경정예산을 짜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다 보니 함께 통과된 세법 개정안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최소한의 내용만 반영됐다.
문제는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의 파고 속에 예산안과 부속 법안들이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되면서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의 개정이 무산됐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계가 요구해 온 ‘K칩스법’, 한국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성이 제기된 상속세율 인하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 상황이 비록 혼란스럽다 하더라도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된 법안의 처리가 기약 없이 미뤄져선 안 된다. 여야는 가능한 한 빨리 머리를 맞대고 이들 법안에 대한 합의점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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