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0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정한 첫 번째 사법적 판단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11일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한 데 이어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내란죄 수사권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검찰로서는 김 전 장관을 구속시킨 만큼 이제 ‘윗선’인 윤 대통령을 정조준할 여건이 됐다. 공수처장도 “내란 수괴는 긴급체포가 가능하다”고 했다. 경찰과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는 공조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검찰이나 공조수사본부가 당장이라도 윤 대통령 소환이나 체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계엄 전후 상황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내란죄의 증거도 쌓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실행 2인자’인 김 전 장관과 함께 국회 활동 금지, 언론 통제, 현장 이탈 의료인 처단 등 위헌적 내용의 포고령을 직접 수정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이틀 전인 1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등 6개 시설 확보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군방첩사령부는 체포 및 구금 대상자 14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B1 벙커(수도방위사령부 지하 전시지휘소) 구금 여부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경찰에 체포된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 발표 후 6차례 전화를 걸어 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심야 국무회의는 불과 5분 만에 끝났고, 회의록에는 안건 및 발언 요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회의 때 윤 대통령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어 ‘저 정도면 아무도 못 막는다’ 생각했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 그만큼 흥분 상태였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가) 많은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대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한다. 1차 탄핵 표결 전 임기 문제 등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한다고 했지만 결국 시간 벌기 전략이었던 셈이다. 2차 표결을 앞두고 일부 여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하는 등 당의 기류가 급변하자 헌재에서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노림수다. 현재의 ‘6인 체제’가 지속될 경우 1명만 반대해도 탄핵은 기각될 수 있고, 국회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3명을 재가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국민적 분노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런 꼼수가 먹힐 걸로 본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사태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기로 했고, 내란죄 일반 특검안도 상정할 예정이다. 현직 대통령 수사와 출국금지, 구속 등으로 이어질 사상 초유의 파고 속에 안보 불안, 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거의 마비 지경이다. 2차 탄핵안 표결은 14일 이뤄진다. 1차 표결 때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정해 비난을 샀던 국민의힘은 자유 투표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내란죄 수사와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빠져나갈 구멍은 거의 막혔다. 이제라도 본인의 살길보다 혼란의 조속한 수습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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