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계엄 사태 전엔 1400원을 넘으면 외환 당국에 초비상이 걸렸지만, 이젠 1450원 방어를 목표로 해야 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환율 수준 자체도 문제지만 정치 상황이 출렁이면서 환율 변동 폭도 커졌다.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9월 말 현재 국내 기업과 금융권의 외화 빚은 처음으로 610조 원을 넘어섰는데, 환율이 더 오르면서 원화로 환산한 외화 빚 원금과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수입물가가 10월 이후 두 달 연속 오름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환율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가 다시 꿈틀댈 가능성이 있다.
환율 급등이 기업 투자 위축과 성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실질 환율이 1% 상승하면 설비투자는 0.9%가량 줄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16%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내년 성장률이 1% 중후반대로 내려앉을 수 있는 것이다. 급격한 외화 유출로 자칫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경우 국가 신용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이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대외 악재에 맞서 싸우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 불안을 확대하는 것은 자멸 행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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