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단숨에 무너졌다. 대를 이어온 권력이 이렇게 순식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솔직히 그보다 더 놀란 건 다음 날이었다. 첫눈에 들어온 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줄을 선 난민들의 행렬이었다. 오랜 내전으로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이 600만 명이 넘었다. 타국의 도시에서 거지처럼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있었던 나로서는 가슴이 찡했다.
그러나 동시에 걱정이 앞선다. 이런 말을 시리아 국민이 들으면 화낼지 모르겠지만 내전이 정말 끝났을까? 독재와 내전이 나쁜 이유는 후유증도 길다는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평화, 분열의 치유는 한 번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이스라엘, 미국, 튀르키예의 전투기들이 시리아의 곳곳을 폭격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정부군이 방치한 시리아 전투기, 항만, 군사 시설들을 맹폭해서 며칠 만에 시리아의 군사 자산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반군은 여러 세력의 연합체이다. 누군가가 이를 확보했다면 순식간에 세력 균형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맹렬한 공습으로 반군 세력, 혹은 이슬람 극단 세력들이 정부군이 방기한 무기를 인수할 틈도 주지 않았다. 이것이 반군 세력 간의 세력 다툼, 즉 제2의 내전이 확대될지, 침묵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2024년 12월, 시리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당분간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주도권을 쥘 것 같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에는 유언, 무언의 압박이 가중될 것이고, 골란고원과 가자지구, 요르단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물리적 지배력은 더 가시화할 것이다. 지금은 눈치를 보지만 1∼2년 내 사우디아라비아와 수니파가 이스라엘과 암묵적인 공존 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세계는 더 냉정해질 것 같다. 맹폭이 가해진 시리아의 일주일은 21세기에도 국제정치가 얼마나 이기적이며 가혹한지, 패자에게 자비란 없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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