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北담당 특사에 ‘동맹 공격수’… 설상가상 ‘韓 패싱’ 경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6일 23시 24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북한을 포함해 특별임무를 담당할 특사에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리넬이 베네수엘라와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가장 뜨거운 곳들에서 활동할 것”이라며 “그가 언제나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넬 지명자는 트럼프 1기 때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까지 지낸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외교 책사로 꼽힌다.

그리넬 특사 지명은 가뜩이나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리더십 부재 상태인 한국에는 또 하나의 미국발(發) 경보음이 아닐 수 없다. 그리넬 지명자는 동맹을 거칠게 압박하는 초강경 미국 우선주의 전사로 악명이 높다. 특히 주독일 대사 시절 방위비 증액에 미온적인 독일을 압박하기 위해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이끌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 사실까지 공개해 파장을 불렀다. 나아가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의 이민 정책을 대놓고 공격하는가 하면 극우파 정당을 지지하는 등 사실상 ‘내정 간섭’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인물에게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문제를 다룰 특사를 맡긴 것은 다시 한번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면서 복잡해졌다”면서도 “나는 김정은과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거듭 대화 의사를 내비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서도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과의 대화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으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두 번 연속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맞게 됐다. 8년 전만 해도 트럼프 1기 자체가 혼란 속에서 출발해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트럼프 2기는 모든 정책의 즉시 실행 태세로 출범한다. 그런 만큼 지금 한국의 리더십 부재는 뼈아프다. 트럼프 2기는 북한과의 직거래는 물론 방위비 분담금 증액, 대미 무역 관세 부과 등 전방위로 한국을 어려운 처지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이제 ‘트럼프 리스크’ 관리는 한덕수 대행 체제의 당면 과제가 됐다. 국회도 함께 고민하며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미국 우선주의#리처드 그리넬#북한#외교#트럼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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