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은 국민을 놀라게 한 충격적 사건이며, 그 후폭풍인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로 인해, 국정 혼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외교, 통상 등 각 분야에서 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를 위기보다 기회로만 여기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 더욱이 여러 수사기관의 경쟁적 태도는 국민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검·경·군·공, 유기적 역할분담 없이 혼선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함께 헌법 제84조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소추특권의 예외가 되는 중대한 범죄다. 내란죄와 외환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국가의 존립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매우 심각한 것은 범죄의 중대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정말로 내란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혹과 혼란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내란죄 관련 핵심 쟁점은 국헌문란의 목적, 즉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목적과 폭동의 존재 여부다.
전두환, 노태우의 12·12, 5·18 내란죄 사건의 1997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국헌문란의 목적은 드러난 행위, 행위 경과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은 군사 반란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 계엄 선포의 시기와 동원한 계엄군의 수, 그 과정에서 인명 살상이 없었던 점 등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계엄해제요구안 표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여부와 정치인, 언론인 등에 대한 불법 체포·감금을 지시했는지 여부는 증언들과 대통령실의 반박이 엇갈리므로, 수사를 통해 논란의 여지 없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지금 수사기관들은, 내란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까지 관련 사건을 앞세워, 마지막에 소환해야 할 윤 대통령에게 앞다투어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수사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수사의 중복과 불협화음도 적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었고 공수처가 설치되면서 수사기관 간 조정 시스템의 필요성이 지적되었으나 이를 방치하였고, 결국 수사기관들 사이의 혼선은 제도적 원인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내란죄 수사에서 수사기관의 과도한 경쟁은 이들의 절박함 때문이다. 군과 경찰은 비상계엄에 동원되었던 당사자로서 스스로의 결백을 입증해야 할 상황이고, 검찰은 검수완박 이후 최대 위기라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수처는 이번에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면 존립이 위태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이 절박함 때문에 수사기관들이 미래 권력에 대해 충성 경쟁을 한다는 말도 있다.
최근 검찰을 배제한 군·경·공수처가 공조수사를 시작하였다. 이는 수사의 효율성, 수사 대상자에 대한 중복 수사 회피 등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연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며, 검찰을 배제한 것도 공조수사의 장점을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출범할 특검, 객관성-공정성 우려 불식을
수사기관들의 경쟁이 과열되면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리한 수사로 이어져 정작 재판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향후 출범할 내란 일반특검과 상설특검도 수사의 중대 변수다. 특검팀이 출범하면 관련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 특수본과 군·경·공수처 공조본의 수사기록과 증거를 넘겨받게 되고, 수사 주체는 특검팀으로 단일화된다. 결국 특별검사 추천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특검이 균형 잡힌 수사로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내란죄 수사가 국민과 법원을 납득시키려면 예단 없는 수사와 객관적 증거에 따른 결론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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