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어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한덕수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터무니없다”며 반발했다.
권 대표는 과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때를 언급하는 듯하지만 당시 일을 그렇게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만료됐다. 헌법재판소장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다. 황 권한대행은 남은 재판관이 8명인 상황에서 소장 임명은 탄핵심판에서 복귀하거나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 권한을 대행하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장 추천 몫인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하는 권한은 대행했다. 임명이 탄핵 결정 뒤인 ‘궐위’ 시에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탄핵심판이 진행 중임을 고려해 후보자 추천을 미루다가 이정미 재판관 퇴임 7일 전, 탄핵 결정 4일 전에 비로소 추천했다. 임명은 인사청문회 등 절차 진행상 ‘직무정지’ 시에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했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든지 탄핵 등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든지 가리지 않고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할 뿐 궐위 시와 직무정지 시를 따로 구별하지 않는다. 황 권한대행의 선례대로 궐위 시에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면 직무정지 시에도 임명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고 특히 탄핵 인용 결정에 전원 찬성이 요구되는 6인 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은 국회와 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되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거의 그대로 임명했다. 공석인 3명은 모두 국회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 되지 않고 국회가 추천 절차를 제때 마무리했더라면 그대로 임명됐을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다소 제한하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딱히 임명권을 대행하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
얼마 전 6인 헌재가 ‘재판관 7인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의 효력을 중지시키기 전까지는 6인은 심리를 할 수도 없는 인원이었다. 다만 6인으로 심리는 할 수 있게 됐다고 하지만 6인이 전원 일치해야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적 구성에서는 정당한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의 주장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훼방하기 위한 몽니임에 틀림없다. 민주당이 여당 1명, 야당 1명, 여야 합의 1명으로 추천하던 관례를 깨고 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몽니는 성립할 수 없었다. 탄핵심판을 신속히 진행시키길 원하는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풀 수밖에 없지만 국민의힘도 1인이라도 반대하면 기각되는 인적 구성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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