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증감법)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총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16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증감법 시행에 대해 명확한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규제가 막상 시행되면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회가 영업비밀과 개인정보를 국정감사 자료로 요구해도 기업은 거부할 수 없고, 총수의 해외 출장 중에도 화상으로 증인 출석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계는 주요 경영 정보가 상시 유출될 위험에 노출된다며 강하게 우려를 표시해 왔다. “중국 등 전 세계 경쟁사들이 박수 치며 좋아할 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개정안은 21일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민주당은 증감법은 물론 함께 국회를 통과한 ‘농업 4법’ 등 6개 법안 전체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특히 양곡관리법이 시행될 경우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혈세만 낭비할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해 “처신 잘하라” “거부권 행사하면 즉각 탄핵” 등을 운운하며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국회 견제 기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입맛대로 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입법 폭거일 뿐이다. 정부와 여야가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여파로 취소했던 당 차원의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19일 재개하기로 하는 등 재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이 투기세력 등 외부 공격에 취약해지고 소송 남발로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학계와 경제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어수선한 탄핵 정국을 이용해 회사법의 근간을 뒤흔들 법 개정을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안 될 일이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과 미국발 통상 환경 변화에 더해 탄핵 폭풍까지 덮쳐 빈사 상태에 몰려 있다. 이럴 때 반시장, 반기업 입법에 몰두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하는 자해 행위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을 지향한다면 나라 경제와 민생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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