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들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아예 출석요구서 자체를 받지 않는다. 대통령 관저로 보낸 우편은 ‘수취 거부’로 처리되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앞으로 보낸 우편은 ‘수취인 불명’으로 배달되지 못했다. 인편으로 전달하려고 해도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가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선임이 완료되지 않았고 출석 요구가 여러 수사기관에서 중구난방으로 온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보낸 통지서조차 송달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윤 대통령 측이 일단 버티며 시간을 끌자는 게 진짜 이유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당당히 맞선다는 게 고작 수사기관이나 헌재가 보내는 서류의 수취부터 거부하는 것이었나. 검찰 수사든, 헌재 심판이든 ‘정치적 책임이든 법적 책임이든 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 결과 전현직 정보사령관이 중심이 돼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모의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11월 국방장관과 방첩사령관 등 계엄 핵심 3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 비상계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의부터 실행까지 주요 임무 종사자들의 인신 처리가 끝나가고 있다. 이제 사실상 윤 대통령 수사만 남은 상황이다.
수사망이 조여 오자 윤 대통령을 변호하는 측에서는 내란 혐의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식으로 반발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윤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야당에 발목 잡혀 시달리는 상황에서 계엄을 한 것”이라며 “폭동도 없고 (내란이 아닌) 소란 정도”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역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란 것이 있습니까”라며 사실관계를 호도했다. ‘계엄령 발동은 경고용’ ‘국회 병력 투입은 질서 유지용’ ‘계엄 형식을 빌린 호소’ 등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러나 계엄 당일 “의원들 끌어내라” 등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 등을 종합하면 2시간 만의 사태 종결은 내란이 아닌 게 아니라 실행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형사 피의자라면 누구나 자기 방어의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일반 피의자도 악질이 아닌 한 공적 서류의 수취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라고 하지만 ‘법 기술자’처럼 대응해서야 되겠는가.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해놓고 “경고용”에 이어 “소란”은 또 뭔가. 수사와 탄핵심판에 적시에 응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설명할 건 설명하는 게 대통령다운 당당함이라면 당당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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