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내가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두고 “북한군을 불러들인 큰 실수”라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는 취임식 전에라도 만날 수 있다고 했고,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도 취임식 참석을 원한다며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빈자리는 두드러졌다. 북한 일본 중국 등 주변국 정상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지만, 한국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맞아 정상 차원의 대미 외교가 절실한 터에 벌어진 한국의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국가 리더십의 공백 사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러다간 한국이 존재감마저 부정되는 ‘투명국가’ 취급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금의 외교 공백을 한덕수 권한대행이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한적 권한과 임시적 위상의 권한대행이 정상외교의 파트너로 인정받기 어려운 만큼 의례적인 관리 외교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향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정권의 향배, 나아가 정책 기조마저 바뀔 수 있어 정부가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다. 더욱이 국가안보실은 여전히 탄핵의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외교부 역시 정세 동향 파악 같은 기본적 업무만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처럼 정부 외교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 장남의 초청을 받아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를 방문한 것은 눈에 띈다. 기업들은 이미 미국통 인사들을 전면 배치하고 트럼프가(家)의 인맥을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도 트럼프 측근 그룹은 물론이고 미 의회와 싱크탱크 등을 상대로 한 네트워킹 외교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적어도 북-미 대화 재개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 예고 없는 통지서나 청구서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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