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 6개 법안 재의 요구는 불가피… 양대 특검법은 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9일 23시 30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12.19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내란공범, 내란대행으로 남으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 농수산물가격안정법 등 ‘농업 4법’은 가격 하락이나 재해로 피해를 당한 농민에게 정부가 보상을 해주는 게 핵심이다.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급격히 내려가면 초과 공급된 쌀을 농협이 사들이고 비용은 재정에서 메워주도록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연간 1조 원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생산을 부추겨 더 많은 쌀이 남아돌게 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회가 증인·참고인 출석이나 서류 제출을 요구할 때는 반드시 응하도록 해 기업의 비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법정시한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안이 자동 부의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출된 권력이 아닌 만큼 직무 범위는 현상 유지와 관리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정책 전환 같은 중대한 결정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재의 요구한 법안들은 시행될 경우 오히려 기존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고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전례도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대통령 사면권을 일부 제한한 사면법 개정안 등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지적하면서도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유보 방침을 유지한 데는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사정이 다르다. 거부권 행사에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므로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다. 내란 특검의 경우 국민의 70% 이상이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할 만큼 이런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어 특검으로 수사를 일원화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할 필요도 있다.

윤 대통령이 세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가 특검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이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끈다면 소모적인 논쟁만 커질 것이다.
#한덕수#대통령 권한대행#양곡관리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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