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일 이후 주문 급감”… 이러다 中企 생태계 고사할 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2일 23시 27분


경기 침체 장기화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에 신음하던 중소기업들이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까지 덮치며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은 “외환위기보다 더 힘들다” “팬데믹 때가 오히려 나았다”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대구 성서공단의 섬유가공업체는 3일 계엄 사태 이후 해외 거래처의 주문이 끊겼고, 경기 화성의 완구업체는 18억 원어치의 금형만 쌓아놓은 채 개점휴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51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도 26%가 국내 정치 혼란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특히 해외 거래처가 한국의 불안정한 정국을 이유로 계약을 지연하거나 취소·감소시켰다는 피해가 절반에 육박했다. 이 여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협력업체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를 걱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게다가 환율 대응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한 고환율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중소기업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치솟는 인건비와 원자재 값으로 고전하는 와중에 중국산 저가 제품의 밀어내기 공세, 내수 침체, 수출 둔화가 겹쳐 사면초가 상태였다. 이미 올 10월 경매로 나온 공장 매물은 3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고, 올 들어 10월까지 파산을 신청한 기업도 역대 최대치를 뛰어넘었다. 여기에 계엄·탄핵발 국정 마비 사태로 중소기업의 줄도산이 가속화할까 우려스럽다.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근간이다. 뿌리가 흔들리면 지역 경제가 줄줄이 타격받고 고용 기반이 무너지면서 한국 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불황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이대로 가다간 산업 생태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중소기업인들의 호소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경기#침체#장기화#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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