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단독수사보다 검경과 협력관계 구축 절실
김용현 등 주요 혐의자 수사기록 신속 이첩 필요
대통령 강제수사 필요시 법대로 집행하는 게 정도
3일 밤 비상계엄의 선포와 그 실행 과정은 대국민 담화나 방송사 생중계를 통해 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우리 국민뿐 아니라 민주 진영의 국가들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비상계엄의 해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던 이번 사태는 아직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국가적 혼란 상태를 신속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란죄 피의자에 대한 빠른 수사와 구속, 기소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서는 몇 가지 고민거리가 있을 것이다.
먼저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재판이나 형사 사건을 계속 지연시키면서 시간을 끄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이제 설립된 지 4년째로 신생 조직인 공수처가 전담하기에 이번 내란 사건은 그 성질이나 규모로 보아 벅찰 수 있다. 공수처가 단독 수사를 고집하기보다 검경, 군검찰과 원활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보다 효율적인 수사 인원의 활용을 기대한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아직 검찰로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동 혐의자에 대한 진술조서 등 수사기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 기록은 윤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에 매우 중요하므로, 검찰의 신속한 협조가 요구된다.
윤 대통령의 체포, 구속영장의 청구 시점 및 집행 가능성도 공수처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체포, 구속에 대해 대통령경호처가 어떻게 대응할지 미지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체포, 구속 등을 시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는 명확하다. 이미 내란죄의 중요임무 종사자 대부분 구속돼 기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수사에 대한 적정 시점을 놓치면, 내란죄 수사 자체가 꼬여 버릴 수도 있다. 공수처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윤 대통령 수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출석 요구에 끝까지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나 구속영장 신청 등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불소추 특권의 범위 밖에 있는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를 위하여 체포, 구속영장을 집행할 경우 이를 경호처에서 방해하면 경호처 직원이나 이를 지시 또는 묵인한 이들까지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죄의 공범으로 현행범이 될 소지가 크다. 물리적 충돌이 바람직하지는 않을 뿐 아니라 체포 및 구속의 집행을 방해한다는 사실 자체로도 헌재의 탄핵 재판에서 피청구인에게 불리한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어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등 계엄 전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내란죄 공범 수사도 공수처의 고민일 것이다. 검찰과 경찰에서 이들을 일차적으로 조사했지만, 본격 수사가 이뤄진다면 윤 대통령처럼 공수처에서 맡게 될 수 있다.
향후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면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의 선포를 만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의 죄책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의 요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 전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가결됐지만, 설사 재의 요구를 했더라도 이것만으로는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싶다.
다만 한 대행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보류한 것은 위헌, 위법의 소지가 크고, 나아가 고의적 직무의 방기로서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지난번 황교안 권한대행 당시에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5일 뒤 헌법재판관이 취임했다. 통상 이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 권한대행의 형식적 임명권 행사 의무를 방기하여 헌법재판소의 원활한 직무 수행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고 선서하고 그러한 의무를 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직접 이러한 선서를 하지는 않았지만, 권한대행의 역할을 시작할 때 대통령과 같은 의무를 진다.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건설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진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반전의 기회를 맞이할 것인지를 결정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결국 작금의 ‘계엄 난국’에서 빠져나올 길은 법적 진실을 밝히는 것 외엔 없다. 내란죄 수사의 한 축인 공수처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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