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29일 오전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끝단 담벽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구조됐다.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사고로 229명이 희생된 이후 역대 최악의 사고다. 참혹한 사고에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 여객기는 조류 충돌을 주의하라는 경보를 들은 지 2분 만에 긴급구조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했다. 이어 방향을 바꿔 착륙을 시도했지만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아 동체로 비상착륙을 했고, 그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담벽에 충돌했다. 굉음을 내며 폭발한 여객기는 꼬리 부분만 남긴 채 전소됐다.
이번 사고 여객기 기종은 보잉 737-800(B738)이다.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사고를 목격한 주민과 생존 승무원의 증언, 승객이 남긴 메시지 등을 볼 때 이번 사고는 새 떼와 충돌하며 랜딩기어가 망가진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당 여객기가 사고 이틀 전에도 시동 꺼짐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수동 랜딩기어도 먹통이었다는 점에서 기체 결함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안국제공항은 유가족들의 절규로 가득했다. 3세 늦둥이 아들과 첫 해외 여행을 떠난 부부,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난 여섯 자매, 결혼 16일째였던 신혼부부 등 참변을 당한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진다. 태국인 2명 등도 포함됐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반가운 상봉 직전 ‘날벼락 사고’로 영영 이별을 맞이한 유가족의 심정을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이번 사고를 지켜보는 국민 역시 비통함과 동시에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어 받은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최 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지만 재난 대응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이다. 정국이 심한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된다.
우리 사회는 2022년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생생히 기억한다. 정부의 부실 대응이 덧나게 한 참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재난 앞에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으고, 정부도 행정 공백이 없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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