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사태로 인한 국정 불안으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폭락(원-달러 환율은 상승)하는 상황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잇따라 경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이 선포된 3일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외국인은 한국 주식 약 17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다시 탄핵되기까지 2600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연말 계엄사태로 결정타를 맞은 코스피가 올해 9% 하락하는 등 국내 증시에선 시가총액 254조 원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27%, 일본 닛케이지수는 20% 올랐다.
지난 한 달 새 원화 가치는 5% 떨어졌는데, 하락 폭이 유로, 파운드, 위안 등의 3∼7배다. 수출, 내수 등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국내외의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정치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해 달러 자금이 한국을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경제위기 때엔 원화 가치 하락이 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경기 회복의 발판이 돼줬다. 하지만 대기업의 해외 현지 생산과 원자재·부품 해외 의존이 늘어난 지금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 수입물가 상승, 소비 위축 등 ‘나쁜 원저(低)’ 현상이 훨씬 심각하다.
만약 국가 신용등급까지 강등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이 굳어지고, 나라와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높아져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보게 된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나타났던 환율 1500원 시대가 조만간 닥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한마음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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