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는 너무 오래 탁월함보다 평범함을 중시해 왔다. …수학 올림피아드 챔피언보다 졸업 파티 여왕을, 졸업생 대표보다 운동 선수를 더 대단하게 보는 문화에선 최고의 엔지니어가 탄생하지 못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에 지명된 기업가 출신의 비벡 라마스와미가 27일 미국의 인재 육성 문화를 비판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부분의 미국 부모는 (수학 과학 공부를 많이 시키는) 이민자 부모를 부정적으로 보고, 평범한 미국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을 비웃는다”며 “(이런 식이면) 우리는 중국에 엉덩이를 걷어차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역시 미국 기업이 외국인 엔지니어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에는 재능이 매우 뛰어나면서 동시에 의욕이 넘치는 엔지니어가 너무 적다”고 X에 썼다. “그들(미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미국에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 정도라니, 최근 글로벌 기술 패권 다툼 속 인재 확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새삼 느껴진다.
▷두 사람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인공지능(AI) 수석정책고문으로 지명된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지원 사격하는 차원에서 해당 글을 썼다. 크리슈난은 앞서 해외 고급 두뇌들에겐 제한 없이 미국 영주권을 발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두고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가 “미국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고급 인력 도입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존 지지층과 머스크 등 빅테크 인사가 충돌한 모양새다.
▷미국은 경제에 이민자와 외국인의 기여가 어마어마하다. 1990∼2010년 미국 총생산성 향상의 30∼50%는 외국에서 온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근로자의 덕으로 설명된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정책재단(NFA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위 AI 기업 43곳 가운데 28곳이 이민자가 공동 설립한 회사이고, AI 관련 대학원생의 70%가 유학생이다. 프로그래머 등 전문직 취업 비자(H1B)로 외국인을 가장 많이 채용하는 회사는 아마존이고, 구글 메타 애플 IBM 등이 모두 상위 10위 안에 든다.
▷트럼프 진영 내 알력보단 우리 실정이 걱정이다. 수학 올림피아드 챔피언보다 ‘의대 합격’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판국이니 부족한 STEM 인재를 해외에서라도 모셔와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 취업자가 100만 명이 넘어도 고급 인력의 비중은 미미한 게 사실이다. 한국을 글로벌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기 전 H1B 비자로 지내다가 세계 1위 기업을 만든 머스크 같은 사례가 우리에겐 불가능하다고 미리 한계를 지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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