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로 줄줄이 드러난 尹 거짓말
국회 마비 의도 없었다더니,
“총 쏴서라도” “도끼로 문 부수고”
명태균 관련 거짓말도 ‘양파껍질’ 보는 듯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뭐 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12월 3일 ‘계엄의 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을 채근하며 쏟아낸 말이라고 한다. 검찰이 27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언젠가 이 장면이 연극 무대에 오르거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주연배우의 손에 위스키 병이라도 하나 들려 있지 않고서는 현실감을 자아내기 어려운 대사들이다. 취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흉포한 언사를 쏟아낼 수 있겠는가. ‘나와바리 전쟁’ 중인 조폭 보스도 아니고.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윤 대통령이 12일 담화에서 했던 말이다. 검찰이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는 선관위 직원 체포를 위해 준비한 야구방망이, 망치, 송곳 등의 실물 사진이 첨부돼 있다. 대체 야구방망이와 망치를 어떻게 쓰면 ‘질서 유지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소수의 병력”도 속이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이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로 출동한 특전사와 수방사 정예 요원만 해도 678명, 국회를 에워싼 경찰력이 1768명, 여기에 선관위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등으로 출동한 병력과 경찰을 모두 합하면 4749명에 달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
“실무장하지 않은”도 불법 계엄의 실상을 축소하고 왜곡하려는 교묘한 ‘언어 장치’ 중 하나다. 지금까지 계엄군의 총에 실탄이 장전됐다는 증언은 없지만, 부대 단위로 1000∼4000여 발씩 모두 9000여 발의 실탄을 탄약통에 넣어 갔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이 끝난 상태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라는 발언을 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자칫 유혈참극이라도 벌어졌다면 그 죄를 어떻게 씻으려 했나.
윤 대통령은 또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마비시키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으며,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해 왔다. ‘40년 지기’를 통해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포고령 발령 무렵부터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에게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라며 여러 차례 독촉 전화를 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이뿐 아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고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전두환의 ‘국가보위입법회의’가 44년 만에 되살아날 뻔했던 셈이다. 유신의 ‘폭압 장치’인 ‘비상대권’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계획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명백한 허위다. 국회에서 계엄해제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물론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경찰청장의 진술들은 앞으로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치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라는 지시를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일제히 거짓 주장을 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윤 대통령의 거짓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2일 담화만 해도 지금까지 언급한 것 외에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 90% 삭감”, “딥페이크 범죄 대응 예산 대폭 삭감” 등 깨알 같은 거짓말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녹취가 나올 때마다 윤 대통령의 거짓말이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중이다. 잘 알려진 대로 ‘워터게이트’로 탄핵 직전 하야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으로 내몰렸던 결정적인 원인은 도청이 아닌 거짓말이었다. 거짓말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정치지도자는 그 자체만으로 자격 상실이다. 오직 윤 대통령만이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이중삼중으로 쌓아 올린 ‘거짓말의 성(城)’ 안에서 윤 대통령이 얼마나 더 버티기를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성벽의 두께가 상식과 양심의 두께에 반비례할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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