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영원한 줄리엣’으로 영면에 든 올리비아 핫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22시 51분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1597년경 처음 공연된 이래 흑백 무성 영화부터 뮤지컬,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한 바 있습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년)을 꼽습니다. 당시 이 영화의 줄리엣 역 올리비아 핫세(73·사진)는 청순한 매력으로 단박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에서 성장한 핫세는 이탈리아 콘티 아카데미 드라마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1964년에 영화 ‘더 크런치’로 데뷔한 그는 ‘가장 줄리엣다운 줄리엣’을 구하고 있던 제피렐리 감독에 의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으로 발탁됩니다. 당시 제피렐리 감독은 영화 촬영 1년 전부터 500번에 가까운 오디션을 봤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마침 연극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에 출연한 15세의 핫세를 발견한 겁니다. 핫세는 이 영화로 1969년 골든글로브 신인상과 이탈리아 다비드 디 도나텔로 황금접시상까지 수상했습니다.

85만 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를 들였지만 전 세계에서 389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할 만큼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상 셰익스피어를 가장 널리 알린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핫세 역시 ‘영원한 줄리엣’이란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얻은 명성과 성공으로 핫세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고, 꽤 오랜 기간 방황했습니다. 배우로서 좋은 기회를 여러 번 놓치거나 거절하는 일이 잦았고, 개인적인 삶도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비록 전성기에 미치진 못했지만 ‘블랙 크리스마스’(1974년), ‘나사렛 예수’(1977년), ‘나일강의 죽음’(1981년), ‘마더 테레사’(2005년) 등에 꾸준히 출연했고, 1990년대에는 TV 영화와 미니시리즈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특히 초기 슬래셔 영화인 ‘블랙 크리스마스’(1974년)나 TV 영화 ‘사이코4: 더 비기닝’에서 그가 보여준 공포 연기는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달 27일, 핫세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과 연기는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줄리엣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올리비아 핫세#로미오와 줄리엣#영화#암 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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