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은 대만 TSMC 구마모토 1공장이 27일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갔다. 2021년 10월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3년 2개월 만이다. 2022년 4월 착공, 올해 2월 준공 및 시험생산 등 전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2019년 일찌감치 부지를 선정하고도 내년 봄에야 착공에 들어가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빛의 속도다.
TSMC는 내년 초에 곧바로 1공장 인근에 2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7년 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1·2공장 투자금의 40%인 1조2000억 엔(약 11조2000억 원)은 일본 정부가 지원한다. TSMC 공장 주변에 일본 현지 업체들도 공장을 지으면서 구마모토가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재건을 선언한 일본은 민관이 똘똘 뭉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만 내년까지 10조 원을 지원한다. 라피더스에 대한 정부의 채무 보증이 가능하도록 법까지 바꿀 계획이다. 미국 중국 대만 등도 정부가 앞장서 첨단 반도체 생산과 인력 확보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고, 중동 인도 등 신흥국까지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절박한데 한국은 한가하다. 기업들의 호소에도 반도체특별법의 연내 처리는 끝내 무산됐다. 경쟁국이 밤낮 없이 기술 개발에 몰두할 때 한국은 ‘주 52시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보조금 지급, 기반시설 지원 등도 하세월이다. 한 번 밀리면 끝장인 첨단산업 경쟁에서 굼떠도 너무 굼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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