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따뜻한 위로 건네는 봉사자들, 무안에 전해진 온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일 23시 21분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제주항공 참사의 상처가 깊은 전남 무안공항의 시간은 멈춰 있다. 참사 사흘 만에 희생자 17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지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한 유가족에게 새해를 맞이하는 건 무의미한 일일 뿐이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유족들에게 그나마 힘이 되는 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온정의 손길이다. “내 자식, 내 형제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한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다.

▷무안군의 여성 농업인들은 사고 당일 맨 먼저 떡국 3000인분을 챙겨 공항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여기에 새마을부녀회 등 지역 봉사단체들이 힘을 보태 매일 아침 유가족과 사고 수습에 나선 소방대원, 경찰, 공항 직원들을 위한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공항 주차장엔 전국 곳곳에서 보내온 밥차·간식차들이 빼곡히 들어섰고 공항 1층의 식당도 24시간 문을 열고 하루 700인분의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 어떤 헤아림도 유족의 비통함을 대신할 수 없겠지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해주고 싶은 작은 정성들이다.

▷생업을 제쳐 두고 현장으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크고 작은 안내부터 쓰레기 정리, 화장실 청소, 교통 지원까지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손발을 보태고 있다. 유가족들 사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같이 울어주고 슬픔을 어루만지는 것도 현장 봉사자들이다. 커피 한 잔을 건네다 함께 눈물을 글썽이고, 손난로와 담요를 전달하며 이별의 아픔을 다독인다. 공항 계단에는 “너무 무서웠을 그 시간이 비통하고 미안하다”,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만나자”고 쓴 손편지가 가득하다.

▷현장을 직접 찾지 못한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때도 등장했던 ‘선결제 나눔’으로 작은 위로를 보내고 있다. 공항 내 커피숍과 편의점, 식당에는 ‘커피 200잔 선결제’, ‘도시락 선결제’ 같은 안내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유가족을 돕기 위한 생필품과 구호품도 속속 답지하고 있다. 지자체 등에는 “필요한 게 있으면 어떻게든 구해서 보내주겠다”는 전화가 쉴 틈 없이 쏟아진다고 한다.

▷새해 벽두부터 전국 각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안공항 분향소에는 조문 인파가 너무 몰려 통신 장애가 빚어지고 지자체가 ‘다른 분향소를 방문해 달라’는 안내 문자를 보낼 정도다. 슬픔을 함께할 수 있다면 한두 시간씩 기다리는 일쯤은 조금도 힘들지 않다는 마음들이다. 느닷없는 국가적 대참사로 어느 해보다 참담한 심정으로 새해를 맞았지만, 작은 힘이라도 모으려는 봉사 행렬과 이웃의 고통을 나누려는 조문 행렬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본다.

#제주항공 참사#무안공항#희생자 추모#자원봉사#유가족 지원#커피 선결제#생필품 기부#사회적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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