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눈 덮인 산을 등산했다.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한 발 한 발 미끄러운 산길을 걷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얼굴을 때리는 영하의 칼바람은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오르면서, 왜 산을 오를까를 생각했다. 1953년 최초로 8848m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텐징 노르가이가 떠올랐다, 이 두 산악인은 분명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당시 이들은 어떤 복장을 하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을까? 사진 속 그들은 두툼한 등산화를 신고 산소마스크와 고글을 썼다. 고글은 반사된 햇빛과 자외선을 차단하고 날아오는 작은 얼음 조각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며, 강한 바람이나 눈보라 추위에 눈물이 흐를 때 얼지 않도록 막아준다.
두 등반가가 입은 옷은 후드가 달린 두툼한 파카다. 파카는 북극에서 추위를 막기 위해 순록이나 물개 가죽으로 만든 방한용 외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의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단열이 잘되는 옷을 입어야 한다. 최고의 단열 효과를 내는 옷은 오리나 거위의 앞가슴 털로 만든 파카다. 새의 솜털을 의미하는 ‘다운(Down)’은 북극 지방에서 이불 속 재료로 사용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고공의 추위를 견뎌야 하는 폭격기 조종사들의 옷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겨울 방한복으로 발전했지만 다운은 인간이 발견해낸 단열재 중에서 무게 대비 최고의 단열 성능을 지녔다.
새의 솜털은 열전도율이 매우 낮은 ‘공기층’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런 솜털의 품질을 수치화한 단위가 필파워(FP)다. 1온스를 24시간 압축했다가 풀었을 때 공기층이 차지하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필파워가 높을수록 복원력이 크고 보온성이 크다. 오리털로 만든 덕다운과 거위털로 만든 구스다운은 필파워가 600 안팎이며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은 700∼900 수준이다.
최고의 덕다운은 북유럽과 북아메리카에 사는 아이더오리의 앞가슴 털인 아이더다운이다. 아이더오리는 해변 가까이 둥지를 트는데, 암컷이 자기 가슴 털을 뽑아 둥지를 만든다. 둥지를 만들 때, 암컷은 알과 새끼들을 따듯하게 보호하려는 본능에 의해 최고로 좋은 털만 뽑아 만든다. 새끼들이 다 자라서 둥지를 떠나게 되면 아이더다운을 수확할 수 있다. 하나의 둥지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더다운은 약 15g이다.
아이더다운은 탄성이 좋고 갈고리 모양의 미세섬유가 발달해 있어 서로 치밀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한 번 모양이 만들어지면 변형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바다에 사는 새답게 자연적으로 물이 닿는 순간 표면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방수 처리가 돼 있다. 아이더오리 솜털의 필파워는 1500 이상이다. 아이더다운 파카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이더 둥지가 필요할까? 이 새는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날이 추워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한다. 온도가 1도씩 내려갈 때마다 혈압이 0.5mmHg 올라간다.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겨울 추위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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