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였던 최명주 씨(55)는 2016년 딸 친구 엄마의 권유로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두 딸도 다 크고 취미를 겸해 운동을 하려던 차에 함께 탁구를 치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최 씨는 지금 서울 강동구 천호2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탁구교실 강사도 맡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탁구를 좋아해 저도 잠시 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30년이 넘어 다시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잘 치는 겁니다. 주변에서 계속 잘 친다고 하니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처음엔 하루 한 시간씩만 치려고 했는데 두 시간, 세 시간씩 점점 늘어났다. 주 5일 이상 탁구장에서 살았다. 탁구는 운동량이 많은 종목이다. 조금만 쳐도 땀이 뻘뻘 흐른다. 공에 집중해 상대와 겨뤄야 하기 때문에 탁구 칠 때는 온전히 탁구에만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 웃으며 탁구를 치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와 잡념이 날아갔다. 그는 “어느 순간 탁구는 내 평생 친구가 됐다. 탁구장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탁구도 치고, 밥도 먹고, 차 한잔 마시며 탁구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실력도 빠르게 늘었다. 생활체육탁구 6부로 시작했는데 바로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현재는 5부 상위권. 지역 및 전국 대회도 많이 제패해 우승 상장이 상당히 많다. 최 씨의 장기는 스매싱. 상대가 볼을 조금이라도 높이 주면 바로 짧고 굵게 스매싱을 날린다. 그는 “드라이브는 라켓을 밑에서부터 들어올리며 온몸을 써야 해 힘이 많이 들지만 스매싱은 위에서 누르듯 치면 돼 더 쉽다”고 했다.
즐겁고 활기차게 탁구를 치다 보니 탁구 강사까지 하게 됐다. 2023년 지인의 소개로 한 탁구장에서 기초반을 지도하게 된 것이다. 당시엔 지도자 자격증이 없었다. 그즈음 그가 나가는 코리아탁구체육관(서울 강동구)에서 국민생활체육건강진흥원 생활건강지도사 과정을 개설해 참여하게 됐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부터 주민센터 강사를 맡게 됐다.
“제 장점은 초보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선수 출신 지도자들은 초보자들의 어려움을 잘 모르거든요. 저는 기본기를 중시합니다. 그런데 생활체육탁구는 기본기보다 탁구 치는 재미를 위해 온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는 기초적인 것만 알려주고 바로 게임하도록 합니다. 기본기가 된 분들에게는 더 잘 치는 지도자에게 배우라고 보냅니다.”
탁구를 친 뒤 몸도 날렵해졌다. 탁구는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이지만 전후좌우를 오가며 공을 넘겨야 해 전신 근육운동도 된다. 최 씨는 “체중엔 변화가 없지만 몸은 한결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전윤형 코리아탁구체육관 관장(60)은 “체형이 근육화돼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탁구는 중강도 운동으로 체중 60kg인 사람이 한 시간 동안 공을 치면 300칼로리를 소모한다. 시속 8km의 속도로 1시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몸풀기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10분만 쳐도 땀이 쏟아진다. 경기를 하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비만 예방에 좋은 스포츠로도 꼽힌다.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 라켓으로 2.7g의 작은 공을 치기 때문에 ‘운동량은 많고 부상 위험은 적어’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 씨는 소화 능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최 씨는 “식사만 하면 소화가 안 돼 속이 부글거렸는데 탁구를 처음 친 날 배가 고파져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소화가 잘 됐다”고 했다. 이렇게 변화된 모습에 가족들도 탁구채를 잡은 그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제가 탁구를 시작한 뒤 3년쯤 됐을 때 수술한 적이 있었어요.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병원에서 3개월은 운동하지 말라고 했죠. 제가 매일 병든 닭처럼 힘없이 졸고 있으니 남편이 안돼 보였는지 ‘탁구장에 가서 서비스 연습이라도 하라’고 하더라고요. 탁구를 안 치니 제가 전혀 웃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까지 제가 탁구 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남편이 제가 탁구를 다시 치며 활기를 되찾았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지금은 탁구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는 “탁구는 남녀노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할 수 있는 평생 스포츠”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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