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건강 위해 시작한 탁구, 지금은 강사로 활약하고 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23시 06분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라켓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2016년 지인의 권유로 탁구를 치기 시작한 그는 거의 매일 3시간씩 탁구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생활체육탁구 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라켓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2016년 지인의 권유로 탁구를 치기 시작한 그는 거의 매일 3시간씩 탁구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생활체육탁구 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가정주부였던 최명주 씨(55)는 2016년 딸 친구 엄마의 권유로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두 딸도 다 크고 취미를 겸해 운동을 하려던 차에 함께 탁구를 치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최 씨는 지금 서울 강동구 천호2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탁구교실 강사도 맡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탁구를 좋아해 저도 잠시 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30년이 넘어 다시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잘 치는 겁니다. 주변에서 계속 잘 친다고 하니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처음엔 하루 한 시간씩만 치려고 했는데 두 시간, 세 시간씩 점점 늘어났다. 주 5일 이상 탁구장에서 살았다. 탁구는 운동량이 많은 종목이다. 조금만 쳐도 땀이 뻘뻘 흐른다. 공에 집중해 상대와 겨뤄야 하기 때문에 탁구 칠 때는 온전히 탁구에만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 웃으며 탁구를 치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와 잡념이 날아갔다. 그는 “어느 순간 탁구는 내 평생 친구가 됐다. 탁구장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탁구도 치고, 밥도 먹고, 차 한잔 마시며 탁구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실력도 빠르게 늘었다. 생활체육탁구 6부로 시작했는데 바로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현재는 5부 상위권. 지역 및 전국 대회도 많이 제패해 우승 상장이 상당히 많다. 최 씨의 장기는 스매싱. 상대가 볼을 조금이라도 높이 주면 바로 짧고 굵게 스매싱을 날린다. 그는 “드라이브는 라켓을 밑에서부터 들어올리며 온몸을 써야 해 힘이 많이 들지만 스매싱은 위에서 누르듯 치면 돼 더 쉽다”고 했다.

즐겁고 활기차게 탁구를 치다 보니 탁구 강사까지 하게 됐다. 2023년 지인의 소개로 한 탁구장에서 기초반을 지도하게 된 것이다. 당시엔 지도자 자격증이 없었다. 그즈음 그가 나가는 코리아탁구체육관(서울 강동구)에서 국민생활체육건강진흥원 생활건강지도사 과정을 개설해 참여하게 됐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부터 주민센터 강사를 맡게 됐다.

“제 장점은 초보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선수 출신 지도자들은 초보자들의 어려움을 잘 모르거든요. 저는 기본기를 중시합니다. 그런데 생활체육탁구는 기본기보다 탁구 치는 재미를 위해 온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는 기초적인 것만 알려주고 바로 게임하도록 합니다. 기본기가 된 분들에게는 더 잘 치는 지도자에게 배우라고 보냅니다.”

탁구를 친 뒤 몸도 날렵해졌다. 탁구는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이지만 전후좌우를 오가며 공을 넘겨야 해 전신 근육운동도 된다. 최 씨는 “체중엔 변화가 없지만 몸은 한결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전윤형 코리아탁구체육관 관장(60)은 “체형이 근육화돼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탁구는 중강도 운동으로 체중 60kg인 사람이 한 시간 동안 공을 치면 300칼로리를 소모한다. 시속 8km의 속도로 1시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몸풀기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10분만 쳐도 땀이 쏟아진다. 경기를 하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비만 예방에 좋은 스포츠로도 꼽힌다.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 라켓으로 2.7g의 작은 공을 치기 때문에 ‘운동량은 많고 부상 위험은 적어’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 씨는 소화 능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최 씨는 “식사만 하면 소화가 안 돼 속이 부글거렸는데 탁구를 처음 친 날 배가 고파져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소화가 잘 됐다”고 했다. 이렇게 변화된 모습에 가족들도 탁구채를 잡은 그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제가 탁구를 시작한 뒤 3년쯤 됐을 때 수술한 적이 있었어요.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병원에서 3개월은 운동하지 말라고 했죠. 제가 매일 병든 닭처럼 힘없이 졸고 있으니 남편이 안돼 보였는지 ‘탁구장에 가서 서비스 연습이라도 하라’고 하더라고요. 탁구를 안 치니 제가 전혀 웃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까지 제가 탁구 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남편이 제가 탁구를 다시 치며 활기를 되찾았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지금은 탁구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는 “탁구는 남녀노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할 수 있는 평생 스포츠”라며 활짝 웃었다.

#최명주#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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