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로 사용되는 펜타닐은 1959년 모르핀을 대체할 약물을 찾는 과정에서 처음 합성됐다. 당시 의사들은 펜타닐이 모르핀보다 통증 완화 효과가 100배가량 우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펜타닐은 다른 마약성 진통제보다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며, 모르핀의 부작용이었던 호흡억제나 구토 가능성도 낮았다. 펜타닐 덕분에 장시간 수술이 가능해졌고, 개심 수술로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펜타닐은 중독성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1971년부터 미국 등 여러 국가는 펜타닐의 치료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말 미국에서 펜타닐로 인한 사망 사건이 처음 보도된 이래 현재도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는 펜타닐과 같은 합성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제 펜타닐은 헤로인이나 코카인과 같은 불법 마약을 제치고 가장 위험한 마약이 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펜타닐 오남용을 막기 위해 2024년 6월 ‘투약 내역 확인 제도’를 도입했다. 투약 내역 확인 제도는 의사가 처방 전에 환자의 과거 마약류 복용 이력을 자동으로 확인해 과다·중복 처방을 원천 차단하고, 안전하게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펜타닐과 같이 오남용 위험이 높은 마약류는 투약 내역 확인을 통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정 수량만 처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사들의 노력으로 투약 내역 확인 제도 도입 후 펜타닐 패치 처방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들은 투약 내역을 미리 확인해 중독이 의심되면 처방을 거부하는 등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 투약 내역 확인 제도에 맞춰 조회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안착을 지원했다.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의사는 12번의 클릭과 공인인증을 거쳐야만 투약 내역을 조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단 세 번의 클릭만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투약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은 진료 일선의 의사에게 다소 번거로울 수 있어 향후 투약 내역 확인 대상 의약품을 확대할 때에는 의료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의사의 업무 부담은 줄이면서 환자의 안전은 높일 수 있도록 마약류를 처방할 때 환자의 복용 이력이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약사 등 마약류 취급자와 국민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의사는 투약 내역 확인 제도를 철저히 준수해 의료 쇼핑 환자에게 처방하지 않아야 하고, 약사는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에게 오남용의 위험성을 설명해야 한다. 국민은 마약류 의약품을 의사의 처방대로 복용하고, 남은 마약류는 약국을 통해 반납하는 등 함부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도 마약 중독을 범죄나 일탈로 보기보다는 긴 치료가 필요한 난치성 질환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마약 중독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여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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