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24시간 탄핵 반대 시위를 하는 지지자들에게 자필 서명을 한 편지를 보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사실상 첫 대외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편지에서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도 불응하는 상황에서 이제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체포 저지를 위한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12·3 불법 계엄으로 나라가 만신창이가 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윤 대통령 메시지에선 여전히 자기반성이나 책임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직무가 정지됐다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인데 그 품격마저 잃은 듯하다. 그간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먼저라느니, 수사 자격이 없다느니, 영장이 불법이라느니 온갖 이유를 들더니 이젠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을 지켜달라는, 즉 정당한 법 집행에도 맞서 싸워달라는 위험한 선동을 하고 있다. 이미 내란죄 혐의로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은 처지에선 지지자들을 향해 또 다른 난동을 부추기는 것쯤은 별것 아니라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시민’이라고 호칭하고, 반대 세력을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으로 싸잡아 지칭하며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관저 앞 집회 현장에서 지지자들은 경찰 저지선을 밀고 들어가는 등 한층 극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편지에선 “실시간 생방송 유튜브를 보고 있다”며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극단적 주장을 앞세우는 유튜브 매체에 빠져 있음도 스스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과연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태인지 거듭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극단적 지지층에 기대는 윤 대통령의 행태는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난데없는 계엄 선포로 국민의 대의기관을 유린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40여 년 과거로 되돌리는 모습을 전 세계에 생중계로 보여준 윤 대통령이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강제로 끌려나가고 일부 지지 세력이 경찰과 충돌하는 장면까지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추락한 국제적 위상과 국가 신인도에 회복하기 어려운 더 큰 치명상을 입힐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니 국민의힘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원들은 “국민 간 극단적 충돌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역사가 참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지만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망상에 빠져 망동을 부린 ‘1호 당원’과 무관한 정당이 되지는 않는다. 선거와 당리가 아닌 역사와 국익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끊어내지 않고선 내란 옹호·동조 정당이란 굴레를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