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에 못 미치는 1.8%로 전망했다. 그간 경제를 버텨 온 수출 증가율마저 1.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 충격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비상계엄·탄핵으로 인한 정국 불안이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은 작년 7월 정부가 예상했던 2.2%보다 0.4%포인트나 낮고,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3.2%에 한참 못 미친다.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민간 소비 역시 1%대의 낮은 성장이 예상된다. 일자리 증가 폭은 작년보다 5만 명 적은 12만 명에 그친다고 한다. 작년 8.2% 증가해 사상 최대였던 수출의 성장세까지 5분의 1로 둔화돼 모든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투자 확대뿐이다. 하지만 국내 설비투자 규모는 작년 10∼11월 두 달 연속 감소했고, 폭증한 국내외 불확실성 탓에 주요 기업들마저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 등 투자 촉진 법안들은 국회 통과가 무산돼 재도약의 동력마저 약화된 상태다. 정부가 상반기 중 예산의 67%를 풀어 군불을 때겠다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은 한 발만 삐끗하면 1997년 외환위기에 비견될 만한 충격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위기를 맞았다. 초고속 통신망, 정보기술(IT) 벤처에 대한 파격적 투자와 ‘빅딜’ 등 수익성 낮은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극한 불황을 이겨냈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모조리 걷어내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내수를 되살리는 특단의 대책 없인 ‘1%대 저성장’의 터널을 탈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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