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美도 홀린 K뷰티… 프랑스 제치고 美 수입시장 첫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23시 21분


올해 5월 미국의 유명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영상에서 한국의 쿠션 파운데이션을 바르면서 “내 피부톤에 딱 맞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유튜버가 한국 파운데이션 색상이 너무 밝아 아쉽다고 하자 한국 화장품 회사에서 어두운 톤을 개발해 선물한 것이다. 흑인 피부에 딱 맞는 파운데이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한국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K뷰티의 강렬한 향기가 미국 시장도 홀리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미국에서 지난해 1∼10월 2조 원어치 팔렸는데,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 22%로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그동안 북미 수입 뷰티 시장을 양분하던 프랑스와 캐나다를 상당한 격차로 제쳤다.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가 좋다는 호평을 받으며 판매량이 급성장했다. 실제 최근 아마존에서 팔리는 뷰티 제품의 상위 목록에는 한국 제품이 대거 포진해 있다.

▷K뷰티는 2010년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1차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의 K뷰티 2차 전성기는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중소·인디 브랜드가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수출 제품 10개 중 7개가 중소·인디 브랜드 제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채널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이 해외를 직접 공략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됐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K컬처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자본력이 약한 인디 브랜드가 미국 등 세계 시장을 휘저을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의 TSMC’로 불리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도 좋은 기획 아이디어만 있으면 ODM 업체를 통해 빠르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반도체로 치면 인디 브랜드가 반도체 설계(팹리스), ODM 업체가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은 셈이다. 이렇게 출시된 다양한 제품은 올리브영 등 플랫폼을 통해 팔려 나갔다. 기획, 생산, 유통의 한국식 ‘화장품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된 것이다.

▷고객의 취향과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빨리빨리’도 K뷰티만의 경쟁력이다. 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동양인 피부톤에 맞는 5가지 색상의 쿠션을 생산하다가 다양한 인종의 미국 시장을 노리고 색상을 30가지로 늘렸다. 한국 회사들은 에어쿠션, 마스크팩, 스틱 파운데이션, 뷰티 기기 등 새로운 제품도 끊임없이 선보였다. 다만 인디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단기 기획과 마케팅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점은 걱정이다. 고품질 화장품을 위한 원천 기술 확보 등 꾸준한 연구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장기 수출 효자품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K뷰티#수입시장#첫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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