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한국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가능할까[동아시론/김재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23시 15분


트럼프 측에서 나온 핵무장 옵션론
트럼프, 실제 용인 가능성은 높지 않아
전술핵 청구서, 우리 감당 수준 넘을 수도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짐 리시와 로저 위커는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를 주장해 온 미국의 상원의원이다. 각각 상원 외교위원장과 군사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뿐 아니라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한국이 핵 옵션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고도화된 북한의 핵 위협 때문이다. 가공할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위협하는 북한에 맞서 한미는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발족으로 대응했지만, 한국의 자체 핵무장 지지 여론은 여전히 70%대다. 트럼프의 동맹 경시 성향 역시 한몫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비용을 청구한다면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은 더 비등할 것이다.

마침 트럼프 주변에는 조지 슐츠나 윌리엄 페리 같은 미국의 전통적 ‘비확산 매파(nonproliferation hawk)’를 찾아보기 어렵다. 트럼프 자신부터 비확산 규범에 얽매이기를 싫어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의 핵 옵션에 관용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는 필자와의 대화에서 “미국의 비확산 정책은 실패했고, 확장억제는 허구에 가깝다. 한국의 핵무장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할 때다”라고 했다. 트럼프 역시 2016년 북한의 핵 위협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2기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까.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콜비를 포함한 트럼프 쪽 인사들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도 2016년 대선 이후 한국의 핵무장 관련 발언은 삼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동의하는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이 핵전략을 완전히 새로 고쳐 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트럼프 2기에서 비확산 규범과 확장억제는 다소 약화할 수 있으나 여전히 미국 핵전략의 기본 틀로 작동할 것이다. 트럼프 2기가 매우 공세적인 핵전략을 추진할 것은 분명하나, 공세적인 핵전략은 트럼프 1기 핵태세검토보고서(NPR)가 제안했듯이 미국의 핵무기 능력 고도화와 현대화에 집중할 것이지 비확산 정책의 수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 조야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여러 번 제기됐지만, 실행하자는 주장이 아닌 중국과 북한 압박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리시와 위커의 발언도 “고려해야 한다” 수준이었다. 2017년 트럼프 1기 때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다. 당시는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위협하며 김정은을 ‘최대 압박’할 때였다. 지금은 트럼프가 ‘여전한 우정’을 과시하며 김정은과 정상외교를 계획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공론화로 김정은을 압박하기보다는 당근을 흔들며 유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정상회담이 불발하면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꺼내 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거래주의를 고려하면, 이 카드는 오히려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트럼프가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테니 대신 주한미군은 빼 가겠다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은 안보가 더 취약해지는 시나리오니 반드시 막아야 한다.

트럼프는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원한다면 비용을 내라고 할 것이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한국은 어차피 2024년 합의한 금액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면 재배치 비용을 분담금에서 산정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냐다.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된다면 B61의 개량형이 적합하다. 그중 개량에 성공한 B61-12는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위력을 용도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다용도 핵탄두다. 한국에 전개된 F-35 폭격기에 탑재가 가능하니 바로 전력화할 수 있다. 그런데 개발 비용만 14조 원 정도 소요됐고, 탄두 하나 만드는 데 400억 원 넘게 든다. 노후한 B61 중 400여 기를 B61-12로 현대화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제약 때문에 200기 정도만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탄두 현대화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겠지만, 이래저래 트럼프가 제시할 청구서는 한국이 감당할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다.

한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더 위중해지고, 트럼프 2기의 미국 우선주의는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한국이 다양한 핵 옵션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반대하고, 전술핵 재배치 논의는 한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2기#한국#핵무장#전술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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