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8일(현지 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64) 체포 소식을 전한 기사의 제목이다. 헤드라인부터 전 씨가 무속인이라고 썼다. 윤 대통령 부부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전 씨는 2022년 초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의혹으로 ‘무속 논란’이 일자 공개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12·3 비상계엄 이후 불거진 각종 사건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속신앙과 연관돼 있다 보니 외신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디펜던트지는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무속신앙(Shamanism)은 정치와의 연관성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무속인이 연루된 한국의 정치 논란이 하루이틀이 아니라는 취지다. 어느새 한국을 ‘무속의 나라’라고 보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씨뿐만이 아니다. ‘계엄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존재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수석 입학 후 군에서 승진 가도를 달리던 그는 성추문으로 군복을 벗었다. 이후 ‘아기보살’이라는 팻말이 달린 경기 안산시의 한 점집에서 거주했다고 한다. 그는 전북 군산시의 한 점집을 찾아 ‘계엄 보고라인’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을 배신할 것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업 무속인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무속신앙에 심취해 있었다는 건 맞아 보인다. 그가 경기 안산시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모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버거보살’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일상생활에서 서민의 궁금증과 답답함을 풀어주는 보통의 무속인들까지 싸잡아 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같은 권력자들이 비논리적, 비과학적인 무속에 몰입하고 이런 사람들에게 곁을 내준다면 심각한 문제다. 아무리 정치인에게 한 표가 중요하다지만 절대 곁을 내주지 않아야 할 부류도 있는 법이다. 국가 주요 정책이나 정부 인사들의 판단에 무속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이런 사태는 윤 대통령 본인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초 전 씨와 관련한 무속 논란이 불거졌을 때 “우리 당 관계자에게 (전 씨를) 소개받아 인사한 적 있다”며 관계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전 씨가 무속인이 아니라) 스님으로 알고 있고 법사라고 들었다”며 그가 최소 범상치 않은 세계에 몸담은 인물이라는 점은 알았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 역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사전에 상의했다고 유일하게 인정한 최측근인 김 전 장관과 막역한 사이였다. 이쯤 되자 국민들은 대선 경선 당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TV 토론에 나왔던 윤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 10위권의 경제 대국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까지 배출한 문화 강국이다. 기자가 2021년 카이로 특파원 당시 만난 제3세계 사람들은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야만 하는 국가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이집트인은 첨단 기술을 다룬 영화를 볼 때면 한국이 연상된다고 했다. 그가 지금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냐”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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