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공항 난립, 저비용항공사 출혈경쟁에 구멍 난 ‘안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일 23시 27분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지방공항들의 취약한 안전 시스템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지방공항 상당수가 무안공항처럼 안전관리 장비와 인력 등이 미흡한 데다 이용객 부족으로 공항 운영 역량까지 떨어져 자칫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부 공항은 열악한 안전 환경에도 국제공항 승격을 추진하고 있어 지방공항의 시설 및 운영 실태에 대한 대대적 점검이 시급하다.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항공기 착륙을 돕는 안테나 시설인 로컬라이저다. 이 설비는 비행기가 부딪혀도 충격이 없도록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제작돼야 하지만 무안공항은 단단한 콘크리트가 채워진 2m 높이 둔덕에 안테나가 설치됐다. 그런데 여수·광주·청주·포항경주공항 등 최소 4곳에도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됐다고 한다. 정부는 이제야 로컬라이저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뒷북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지방공항 운영 현황은 더 참혹하다.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제주·김해·김포를 제외한 11곳이 만성 적자 상태다. 연간 이용객이 2023년 기준 30만 명에도 못 미치는 곳이 8곳이다. 이는 단순히 경영난을 넘어 안전 관련 예산, 시설, 인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안공항은 사고 당일 조류 퇴치 담당자 1명만 근무했고 퇴치 장비도 완비하지 못했는데, 다른 공항 사정도 다르지 않다. 양양공항은 비행기 위치·거리·종류 등을 파악하는 관제 레이더가 아예 없다.

애초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공항을 무더기로 지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공항이 난립하다 보니 이용객이 줄고 적자가 나면서 안전 인프라가 열악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지방공항과 함께 허가를 남발해 9곳이나 생긴 저비용항공사(LCC)도 출혈경쟁으로 부실이 심각하다. 국내 LCC 수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98배인 미국과 함께 세계 1위다.

이런데도 연간 이용객이 10만 명에 불과한 사천·원주공항은 국제공항 승격을 추진하고 있고, 추가로 건설이 확정됐거나 논의 중인 지방 신공항이 8개다. 기존 공항은 물론이고 신공항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난립한 LCC 운영 실태도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무안공항 참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방공항#안전 시스템#저비용항공사#시설 점검#안전 인프라#로컬라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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