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붙일 도시여야 떠나지 않는다[내가 만난 명문장/김중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5일 22시 51분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중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저출산 고령화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사회적 난제다. 복지 문제부터 성장의 정체까지 어디 하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특히 지방소멸은 저출산이 초래하는 가장 심각한 위기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제2의 도시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평균소득이 가장 높다고 하는 울산까지, 비(非)수도권 중 지방소멸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도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들은 나름대로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도시를 만들어 인구의 이주를 막으려 하고 지자체는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벚꽃 피는 순으로 폐교된다’는 섬뜩한 상황을 피하고자 한국어에 서투른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지방대도 적지 않다.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멸의 흐름을 바꾸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도시 발전의 기본 원리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기존 거주민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대신 비효율적인 인프라 건설을 통해, 지역별 특성은 간과한 채 외부인의 인위적 이주를 통해 지방소멸을 해결하려 하니 결과를 내기 어렵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살펴보자. 주변 지역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공기업 이전과 인프라 건설에 최소 1조4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 비용을 지역 대학의 교육의 질을 높이고 광주·전남에 특화된 산업에 종사할 인력을 육성해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끄는 데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미분양이 뻔한 상가나 아파트 건축 대신 연남동과 같은 핫플레이스 발굴에 투자해 청년세대가 지역에 정을 붙일 수 있게끔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도시는 결국 사람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된다. 산업이 발전하고 문화가 다원화돼야 도시는 성장하며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주민이 자생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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