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국산 반도체·클라우드 해외 진출에 기여할 것[기고/이종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5일 22시 48분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21대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던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안이 지난달 26일 드디어 22대 국회를 통과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법제를 두게 된 셈이다. AI 기본법이 국가 AI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앞으로 AI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같은 날 아이러니한 일도 발생했다. 올해 도입이 예정된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함께 통과된 것이다. AI 시대 글로벌 선도주자로 도약하려는 각계의 노력들이 걸음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의 목표는 모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의 실현이다. 1명의 교사가 모든 학생의 수준과 속도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AI 디지털교과서는 그 간극을 좁혀 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AI는 교사에게 학생의 학습 내용을 분석해 제공하고 편리한 수업 진행을 도와 학습 효과도 배가할 수 있다. 공교육을 통해 모두에게 제공되므로, 소득·지역 격차가 우리 아이들의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국내 기술 시장 측면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는 큰 기대를 받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클라우드의 한 유형인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AI 시대 필수 인프라인 국내 클라우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국산 저전력 AI 클라우드에서 운용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개발되면 국내 클라우드 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필요성도 크다.

아울러 AI 디지털교과서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반도체가 본격 적용되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최근 개발·출시되고 있는 국산 저전력·고효율 반도체를 적용하면 AI 디지털교과서 클라우드의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 탄소 중립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듯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국산 AI 반도체의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면 우리 반도체 기술의 쓰임새를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AI 시대의 물결이 사회 전 분야로 몰려오는 지금, 우리나라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라는 세계적 선도 사례 창출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해외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상실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AI 디지털교과서가 클라우드, AI 반도체 및 메모리 기술과 밀접한 만큼, 에듀테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위기라는 점에서 애석함을 더한다.

일각에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인 만큼 무엇보다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해 이견은 없다.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가 언젠간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정부가 최근 시범 도입 형태로 학교에 선택권을 준 것도 타협을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이 빠르게 밀려오는 AI 시대의 물결에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가 조금이나마 더 앞서갈 수 있도록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은 범국가적으로 함께 준비해야 할 일이다. 정부와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AI교과서#국산 반도체#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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