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화문, 스프링클러, 경보기… 기본 지킨 분당 화재 사상자 ‘0’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5일 23시 24분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복합상가건물인 BYC 빌딩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전날(3일) 발생한 화재 원인을 감식하고 있다. 감식은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건물 1층의 김밥집 주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성남=뉴시스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복합상가건물인 BYC 빌딩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전날(3일) 발생한 화재 원인을 감식하고 있다. 감식은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건물 1층의 김밥집 주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성남=뉴시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의 상가 건물에 큰불이 났지만 내부에 있던 310여 명 전원이 무사히 대피했다. 지하 5층, 지상 8층인 이 건물에는 음식점과 병원, 은행, 학원 등이 있어 화재 당시 이용객이 많았고, 지하 1층 어린이수영장에는 초등학생 20여 명이 강습을 받고 있었다.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1층 식당에서 뿜어져 나온 시커먼 연기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휘감을 정도로 아찔한 화재였지만 인명 피해 없이 진압된 것이다.

참사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던 건 층마다 설치된 방화문이 모두 닫혀 있어 유독가스가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한 연기는 조금만 들이마셔도 의식을 잃을 수 있고 건물 곳곳의 시야를 가려 대피를 어렵게 한다. 1년여 전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때 불은 3층에서 났지만 열린 방화문을 통해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10층 주민이 계단에서 질식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방화문은 늘 닫아놔야 함에도 통행 불편을 이유로 열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분당 화재에선 소방 안전 수칙이 잘 지켜진 것이다.

건물 소방 설비도 모두 정상 작동했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이 위로 번지자 2층 스프링클러가 일제히 물을 뿜어 불길을 막았다. 화재경보기도 바로 울려 건물 안 시민들은 계단으로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 수영장 강사는 수영복 차림의 어린이 강습생들을 차분히 인솔해 지하 5층으로 피신했다가 소방관의 안내를 받아 건물 밖으로 나왔다. 5, 6층에 있던 사람들은 ‘불이야’를 외치며 동료들에게 알린 뒤 다 같이 옥상으로 대피해 구조됐다.

이번 화재는 하마터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화재 발생 사실이 조금만 늦게 전파됐거나 비상계단에 연기가 들어차 이동이 어려웠다면 많은 시민이 건물 구석구석에 고립됐을 것이다. 실제로 화재 초기 5, 6층에 있던 이들이 창밖으로 A4 용지를 내던지며 구조 요청을 할 정도로 상황은 긴박했다. 하지만 방화문,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같은 필수 설비가 제 기능을 한 덕분에 인명 피해 없이 끝날 수 있었다. 아무리 큰 위기에도 기본에 충실하면 비극을 피할 수 있다는 걸 이번 분당 화재가 잘 보여준다.
#성남시#분당#화재#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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