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며 “윤석열 대통령 등과 순차 공모해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봉쇄하고 역시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해 관계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려고 시도하는 등 내란죄를 구성하는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 행위’를 일으켰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83쪽 분량의 김 전 장관 공소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계엄 사태의 본질을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공모해 주도한 폭동으로 규정하고 그 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141차례나 언급돼 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언급(124차례)보다 오히려 많다. 김 전 장관은 어디까지나 ‘내란 우두머리’ 윤 대통령의 뜻에 따른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서 충복 역할이었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대권’ 발상부터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들’과의 회합, 선포문 담화문 포고령 등의 준비, 일방 통보에 불과했던 국무회의, 영장 없는 주요 인사 체포와 선관위 전산자료 압수 시도, 국회 무력화 이후 비상 입법기구 창설 계획 등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이 망라돼 있다. 윤 대통령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며 위험한 대치극을 연출하는 것도 법적 논리 다툼과 지지층 뒤에서 버티는 것 외엔 별달리 대응이 마땅치 않은 군색한 처지에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윤 대통령 측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야당 측은 형법상 내란 혐의의 유무죄 판단은 형사법정에서 입증될 것인 만큼 이번 헌법재판에선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에 초점을 맞추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측은 “가장 핵심인 내란죄를 철회한 이상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라며 국회 재의결을 주장하고 있다.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것에 여권이 그렇게 펄쩍 뛸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국회 측이 뇌물죄·강요죄의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밝히겠다며 탄핵사유서를 정리했고, 당시 국회 소추단장이 권성동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결국 이 문제도 헌재가 판단할 사안이다. 다만 지금 중요한 것은 분열과 대결을 증폭시키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속히 걷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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