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억지와 분열 뒤에 숨지 말고 어떻게 수사받을지 밝히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6일 23시 30분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에 차벽이 세워져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한 공수처는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안전상 이유로 집행을 중지하고 돌아섰다. 2025.1.6 뉴스1
12·3 불법 계엄 후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어떤 소환이나 조사도 거부하고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경호처의 물리적 저지로 불발됐다. 그사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선 탄핵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 간 충돌의 일촉즉발 상황까지 벌어지는 등 정치사회적 분열과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수사를 회피할 구실만 찾으며 극우 유튜버 등을 통한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 운운하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위험한 선동 메시지를 내놓더니 체포영장이 집행되자 강성 지지층과 경호처 뒤에 숨은 것이다. 나라는 만신창이가 되고 국가 위상은 추락하는데도 일단 버티자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은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명시했다. 김 전 장관을 비롯해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전현직 장성과 경찰 수뇌부만 10여 명에 이른다. 그 정점에 있는 윤 대통령을 수사해야 검찰이 ‘국헌 문란 폭동’으로 규정한 계엄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수사를 회피하고 한술 더 떠 “영장이 불법”이라며 검찰총장 출신답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내란과 반란 수괴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를 거부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구속영장 발부 뒤에는 순순히 호송차에 올라탔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뒤 특검 수사에 협조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만 소환 및 조사에 이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마저 거부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잘했든 잘못했든 (뒤로) 숨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말하고, 계엄 해제 후에도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런 발언들이 모두 무색할 지경이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장을 포함해 공수처와 경찰 소속 공직자 150여 명을 고발했다. 반면 경찰은 경호처가 2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또 막으면 경호처 요원 체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국가기관들끼리 충돌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불법계엄 사태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쪼개져서 기능을 멈춘 것과 다를 게 없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 중에도 경호처 경호를 받는 것은 국가원수 지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 지위에 걸맞은 도리가 뭐겠나.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당당히 체포영장에 응하든, 언제 어떻게 소환에 응할지를 밝히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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