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88개 수련병원을 사직한 교수는 1729명으로 전년 동기(865명) 대비 약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당수는 다른 병원에 다시 취업하고 추가 채용도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 전체 교수 수도 200명가량 줄었다.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하고 전공의를 수련할 교수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근무 환경이 열악한 지역 병원과 필수의료 과목은 상대적으로 그 충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서울 소재 병원을 사직한 교수는 776명으로 전년보다 2.5배가 늘었다. 이들이 개원가로 떠나고 그 자리를 지역 병원 교수가 메우는 ‘도미노’ 사직으로 지역 병원은 의사를 구하려야 구할 수가 없다고 한다. 세종 대구 광주 등 지역 병원은 지난해 사직자가 최대 5배까지 늘었다. 사직 교수들이 필수의료 과목에 집중된 것은 더욱 우려스럽다. 응급의학과 사직 교수는 137명으로 전년보다 3.6배, 신경과와 신경외과는 전년보다 각각 4배가 늘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이 필요한 근거로 지역 병원과 필수 의료 의사 부족을 내세웠지만 의대 증원의 여파로 오히려 그 공백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문제는 전공의→전임의(임상강사)→전문의(교수)로 이어지는 의사 양성 체계가 완전히 고장 났다는 점이다. 올해 국내 5대 대형 병원은 전임의 1243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인원이 지원했다. 신규 의사 배출도 중단됐다. 전공의 미복귀로 신규 전문의가 3000명가량 줄어든다. 의대생도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하고 있어 신규 전공의도 그만큼 감소한다.
올해 대입에서 39개 의대는 1489명이 늘어난 4581명을 선발하며 우수 학생들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의사를 길러낼 교수는 정작 부족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겠다더니 교수 줄사직으로 환자들은 의사 만나기가 되레 어려워지게 생겼다. 이대로 가면 낙수 효과는커녕 지역 병원은 문을 닫고 필수 의료 의사는 맥이 끊길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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