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한국에 유학을 온 해는 2009년이다. K팝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K팝보다 K드라마가 더 인기 있던 시기였고, 필자 또한 K드라마에 푹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몽골에서 ‘모래시계’ ‘첫사랑’ ‘대장금’ ‘허준’ ‘겨울연가’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제 K팝의 인기는 K드라마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이는 필자처럼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 출신들에게 매우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K팝을 듣는 팬들은 10대와 20대가 다수다. 이들을 한국의 잠재적 소비자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학하는 사람들의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2020, 2021년을 제외하면 2014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20만8962명에 이른다고 한다.
필자는 한국에서 유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K팝과 K드라마로 인해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한국 뷰티와 패션을 공부하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둘째, 한국은 아르바이트 시장이 좋아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 수월하다. 일본이나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유학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유학하는 것이 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줄어 학생이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얻은 경우도 주변에서 많이 봤다. 결국 그들에겐 지식이 아닌 졸업장만 남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또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건강보험료와 체류기간 연장에 필요한 자금 등은 학생 입장에서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다.
셋째, 이른바 ‘인 서울’(서울 소재) 명문대 입학 문이 예전보다 넓어지면서 한국에서 유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특히 작년부터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유학생 선발 시 자기소개 및 학업계획서, 그리고 면접 평가 절차를 없애 100% 서류 전형으로만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대학이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려는 흐름으로 보인다.
한국은 인구 소멸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분별하게 선발한 유학생이 많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이민정책이 실패할 수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우려까지 든다. 필자가 과거 유학생이었을 때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면 몹시 까다로운 절차들을 거쳐야 했다. 그래서 과거 유학생들은 졸업 후 언어능력은 물론이고 문장 구성력도 훌륭했다. 정부가 우수한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지금보다 좀 더 힘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학생들은 초중고교 때부터 대학 입시를 목표로 사교육비며 시간이며 많은 것을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도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안다. 한국에선 아이들 공부에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비용을 써가며 어렵게 대학에 보내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유학생을 향한 유화의 손짓과 다르게 갈수록 과열되는 한국의 입시 경쟁은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기교육,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를 깰 때가 왔다. 모든 과목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아이들의 자존감 등 정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지금은 옛날처럼 학생 수가 많아 차고 넘치는 시기도 아닌데 말이다. 한국은 모든 것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나라인데 이것만큼은 빠르게 바꾸지 못하는 것 같아 신기할 정도다.
해가 갈수록 한국에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젊은층에 속한다. 어쩌면 이들은 우리와 평생을 함께할 이웃이 될 수도 있다. 유학생 지원 정책을 늘려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고,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또는 국내 학생들의 교육 환경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이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학업에 대한 압박을 줄일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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