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주’-‘나쁜 사주’ 없어
끊임없는 변화가 인생의 본질
집의 기운도 좋게 만들 수 있어
내면 살피고 주변 조화 꾀해야
《풍수 인테리어 접근법
명리학은 음양오행의 프레임으로 인간을 탐구하려는 학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한의학은 몸을 음양오행의 프레임으로 바라본 것이다. 동양에서 음식, 소리, 색깔, 방위, 숫자 등 모든 것은 음양오행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서양에서 자연을 관찰한 결과를 수식과 기호로 표현한 것이 물리학이듯, 동양에서도 만물의 움직임에는 패턴이 있다고 인식하고 목(木)행, 화(火)행, 토(土)행, 금(金)행, 수(水)행으로 세상의 움직임을 규정했다. 오행은 다섯 가지 ‘원소’가 아니라 다섯 가지 ‘움직임’으로, 동양의 물리학과 같다. 계절, 시간, 방위, 생명, 소리, 맛, 색, 집, 조경 등 세상 모든 것은 이 다섯 가지 움직임으로 규정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각각의 오행 안에는 확장하는 양의 에너지와 축소하는 음의 에너지가 함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음양오행이다.
사물은 시공간이 있어야 존재한다. 서양에서 시공간을 숫자와 기호로 표시한 것처럼 음양오행도 시공간을 기호화했다. 자, 축, 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12개 동물 띠는 땅의 시공간을 기호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10개의 글자는 하늘의 시공간을 기호로 표현한 것이다. 태어난 연, 월, 일, 시를 각각의 기둥으로 삼아 연주, 월주, 일주, 시주라 지칭하고, 각 기둥마다 하늘의 시공간을 뜻하는 ‘천간(天干)’과 땅의 시공간을 뜻하는 ‘지지(地支)’ 두 글자가 있어 총 8개의 글자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주팔자다. 사주팔자는 시공간을 음양오행으로 표현한 달력으로 이 달력을 ‘만세력’이라고 한다. 환갑잔치를 하는 이유도 만세력이 60개의 간지로 만들어져 순환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의 순환을 다 겪은 것을 축하하는 것이다.
운명은 움직임을 뜻하는 ‘운(運)’과 명령을 뜻하는 ‘명(命)’이 합쳐진 단어이다. 태어나는 것은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명’이다. 하지만 ‘운’은 불규칙한 움직임을 뜻한다. 즉, 운명은 명을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그럼 ‘정해지지 않는 것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명’의 기운을 해석하고 지금의 ‘운’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형상화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동의 기운이 강할 때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화자의 몫이다. 따라서 이동의 기운을 함부로 단언해서 이야기할 수 없고, 이것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면 큰 죄다.
계절, 낮과 밤, 생과 사와 같이 우주 만물은 탄생과 소멸이라는 사이클이 있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듯 생명이 있는 것만이 사주가 있으며, 어느 사주가 더 좋은 것인가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사주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사주를 보는 것은 내가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대변하는 사주의 오행과 지금의 오행 간 관계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다.
누구나 겨울을 겪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기다렸던 겨울이 될 것이고, 준비를 안 했다면 고단한 겨울이 된다. ‘언제 결혼할까’, ‘언제 승진할까’라는 질문에 대답은 ‘곧’이다. 기다리고 노력하면 때가 온다는 것이 명리(命理)의 진리다. 내가 생각하는 때나 결과와 다르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삶의 의미는 그곳에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명리가 알려주고 있는 것은 삶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언하는 순간, 인생은 변화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잊고 독단에 빠지고 만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관계하는 것을 통해 나를 깨닫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관점이 명리의 핵심이다.
풍수 인테리어를 보면 좋고 나쁨을 확정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정된 것은 명리적 관점에서 벗어난다. 식물을 어디에 놓아야 하고, 어떤 색은 부를 가져온다는 등의 믿음은 헛된 것이다. 집의 기운이 좋으려면 실제로 환기가 잘되고 깨끗한 환경이어야 한다. 내 방이 어떻게 하면 내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조금씩 변화하면서 만들어가는 태도가 좋은 풍수 인테리어의 태도다. 현관에서 무언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면 고정된 풍수에 기대지 말고, 현관에 좋아하는 그림을 걸거나 조명을 달고, 이웃에게 인사를 하는 등 자신의 내면 심리를 살피며 행동해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 나를 관찰해 유동적으로 변화할 방법을 모색하는 게 긍정적인 명리다.
좋고 나쁜 사주는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여덟 글자가 서로를 조화롭게 돕는 형태를 좋은 사주의 기준으로 삼는다. 어느 하나가 넘치거나 고립되지 않고, 내가 사는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게 조화다. 집에서의 생활은 나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나와 집이 연결돼 있음을 쓰레기를 정리하는 방식에서, 화장실 청소에서, 매일 쓰는 그릇에서, 침대에서 등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 명리는 음양오행으로 나를 이해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나의 조화로움이 주변의 조화로움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인식의 철학이지, 미신이나 주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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