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은 족히 넘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가정에서 흔히 쓰는 알루미늄 포일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내부는 텅 비었다.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 인상적인 설치 작품은 카데르 아티아의 ‘유령’(2007년·사진)이다. 도대체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아티아는 알제리계 프랑스 현대미술가다. 그의 부모는 알제리에서 이주해온 이민자로 아버지는 벽돌공이었고, 어머니는 청소노동자였다. 파리 외곽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어릴 때부터 차별과 배제를 경험했다. 이런 환경은 훗날 식민주의 유산을 탐구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개인사를 섞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유령’은 30대 후반이던 그에게 처음으로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어린 시절, 파리의 한 이슬람사원에 모인 수십 명의 독실한 무슬림 여성들 사이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를 보았던 기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가는 무릎 꿇고 부르카를 쓴 채 기도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알루미늄 포일로 여러 겹 감싸 실물 크기 형상을 만들었다. 어머니의 자세를 조금 다르게 하거나 다른 사람들도 캐스팅해 반복적으로 형상을 만든 후 줄 맞춰 배열했다.
작가는 무리 속에서 기도하는 이들의 몸을 인격이나 영혼이 없는 빈껍데기로 표현했다. 정신과 영혼이 빠져나간 듯 텅 빈 모습에 섬뜩한 기분마저 든다. 제목이 ‘유령’인 이유다. 기도라는 엄숙한 의식이 반짝거리는 싸구려 은박지와 만나 신성함과 비참함, 종교와 소비주의, 헌신과 배제 등의 개념을 뒤섞고 모호하게 만든다.
아티아의 작품은 취약하고 필멸(必滅)하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개인이나 집단의 믿음이 과연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있는지, 그 믿음이 사실은 허망하고 덧없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게 한다. 종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믿는 이들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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