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논의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2025년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힌 대학이 53.3%, 아직 논의 중인 대학이 42.2%였으며, 동결할 계획인 대학은 4.4%에 불과했다. 최근 더 이상의 등록금 동결은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 온 학생들도 대학 재정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여서 등록금 인상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10여 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정책은 국·공립대에도 예외없이 적용됐으나, 국공립대는 원래부터 등록금 비중이 작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경상비에 등록금 결손분 일부가 반영되는 구조라서 사립대보다 사정이 낫다. 문제는 사립대였다. 등록금 인하·동결로 초래될 사립대의 재정 결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없었다. 그냥 견디라는 것이었다.
사립대는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결손을 견뎌내기 위해 먼저 교직원 인건비를 줄였고, 연구비와 시설비, 운영비는 물론이고 직접교육비(실험실습비, 학생지원비, 도서구입비, 기자재구입비 등)까지 줄였다.
그동안 대학은 만신창이가 됐다. 10년 이상 등록금을 동결해도 대학들이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을 보면 그동안 대학 재정에 거품이 많았다는 방증이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적립금 털어서 쓰면 된다는 현실성 없는 주장에 시달리기도 했다.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면 재단비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억측도 들어야 했다.
대학들이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립대 결산서에 당기운영차액이라는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당기운영차액 조정을 통해 항상 세입총액과 세출총액을 일치시키므로 적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 사립대를 종합해보면, 계속 양수(흑자)였던 당기운영차액이 2017년부터 음수(적자)로 전환됐다. 개별 대학의 경우, 공식적으로 등록금 인하·동결이 시작된 2012년에 이미 30%가 넘는 대학들이 음수였으며 2017년에는 70%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약 77%가 적자를 기록했다. 겉으론 그럴듯한 대학들이 속으론 골병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면 2008년 이전처럼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등록금 인상이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2010년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도입됐고, 등록금 수입의 적립을 규제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로 학생들이 동의하지 않는 등록금 인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등록금 동결의 수혜자는 학생이었지만, 등록금 동결이 계속되면서 학생도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바뀌었다. 등록금 부담은 줄었지만 선택과목도 줄었고 이수학점도 줄었으며, 교육여건도, 교육의 질도 추락했다.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사립대 재정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사립대가 5%를 인상한다 해도 확충 규모는 5000억 원에 못 미친다. 2022년 필자는 2012년 이후 사립대 등록금 결손 규모를 연평균 1조6000억 원으로 계산한 바 있다. 등록금 인상은 적자 해소 방안이 아니라 적자를 다소 줄이는 방안에 불과하다.
교육당국은 더 이상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면 안 된다. 오히려 16년간 누적된 재정 결손을 보전하는 정책을 강구해 대학다운 대학으로 회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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