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그린란드, 파나마운하, 멕시코만… 트럼프의 다음 타깃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9일 23시 21분


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랫동안 눈독을 들여온 곳이다. 섬의 80%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데 기후변화로 녹아내리면 북극항로의 거점이 될 요충지다. 미국이 이곳을 갖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 중심인 북극 패권 경쟁을 주도할 수 있다.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등 광물도 많이 매장돼 있어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 공급망을 뒤흔들 수도 있다. 섬의 주인은 18세기부터 그린란드를 지배해 온 덴마크다. 섬을 팔라는 트럼프의 제안을 덴마크는 단칼에 거절했지만 물러설 트럼프가 아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했다.

▷트럼프가 무력을 써서라도 손에 넣겠다고 공언한 곳엔 파나마 운하도 있다. 미국은 48년 전 파나마에 이 운하를 넘겼는데 이제 와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중남미의 핵심 무역로인 파나마 운하는 원래 미국이 건설해 운영했지만 현지인들과 유혈 충돌이 계속되자 카터 대통령이 “강압보다 공정성이 우선”이라며 통제권을 넘겨줬다. 파나마는 운하를 반납하란 트럼프의 요구에 “1m²도 못 내준다”고 반발한다. 이에 트럼프는 “운하가 나쁜 자들에 넘어가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나쁜 자는 파나마 운하 덕에 남미 최대 교역국이 된 중국을 지칭한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을 앞두고 주변국들을 부쩍 자극하고 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부르고, 미 남부와 멕시코 쿠바로 둘러싸인 바다인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대미 무역 흑자를 누리면서도 불법 이민자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며 관세를 확 올리겠다는 겁박과 함께 나온 말들이다.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는 ‘세계의 경찰’을 그만두고 자국에 집중하는 고립주의를 표방했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국들 영토를 탐내며 군대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 먼 지역 분쟁에선 발을 빼지만 돈 되는 안마당에선 공격적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국제 질서엔 관심 없고 이익을 위해선 과거의 제국주의도 끌어다 쓰는 트럼프식 팽창주의로 볼 수 있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그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스타일을 고려하면 실제로 땅을 빼앗진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양보를 얻어낼 것이다. 국제 불량배 같은 행태지만 주변국들은 마땅히 대응을 못하고 있다. 캐나다는 국민 80%가 미국 접경지에 살 정도로 미 경제에 깊이 얽혀 있고, 멕시코 역시 ‘신은 멀고 미국은 가깝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의 그늘 아래 있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능한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경제와 안보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좋은 먹잇감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태평양 너머 저 멀리서 벌어지는 남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린란드#파나마운하#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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