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슬로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의 원조(元祖)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를 이끌었던 파시스트 지도자 무솔리니라는 주장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마가를 처음 내세웠다고 알려졌지만 그보다 앞서 ‘MAG’를 말한 건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였다는 것.
1927년 그는 (우연히도 현재 트럼프의 ‘최애’ 방송사 폭스뉴스의 전신인) 폭스필름의 뉴스에 출연했다. 당시 이탈리아 출신 미국 이민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연설이었다.
“저는 미국을 대표하는 성실한 미국 국민들, 그리고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Make America Great) 위해 노력하는 이탈리아 동포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016년 공개한 흑백 영상에서, 무솔리니는 강한 이탈리아 억양이 섞인 영어로 미국 건설에 이바지한 자국 출신 이민자들을 격려했다.
10여 년 뒤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야 한다”며 마가를 변주했다. 물론 ‘마가’가 무솔리니와 히틀러에게 대표 구호는 아니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두 파시스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지금, 그것도 최측근들마저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던 트럼프 당선인을 필두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다는 점은 묘한 기시감을 준다.
한국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4년 전 워싱턴의 대선 불복 시위대가 외쳤던 구호 “도둑질을 멈춰라”와 성조기가 지금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뒤덮고 있다. 연일 격렬해지는 탄핵 반대 시위를 보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사회 주변부의 이 집단은 미국 우파의 선거 사기 주장을 흡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위대가 “남한판(South Korean version) 마가”라는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폭동을 일으킨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과 한국의 탄핵 반대 시위대 사이에는 크고 작은 차이점들이 있다. 1·6 시위대가 트럼프 당선인의 열성 팬들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의 탄핵 반대 시위대는 윤석열 대통령 개인보다는 그가 강조했던 ‘종북 좌파 국가 거덜론’을 지지하는 세력에 가깝다.
하지만 더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두 집단의 공통점이다. 양측 모두 소셜미디어에 과도하게 의지하고 선거 사기 주장을 신봉한다. 척결, 처단, 사형 같은 극단적 표현도 많이 사용한다. 권위주의 지도자와 자신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과거로의 회귀를 옹호한다.
많은 사람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면 지금의 갈등과 혼란이 어떤 형태로든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탄핵 인용’ 시 탄핵 반대 세력이 큰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한판 마가’로 인한 ‘남한판 1·6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미 대선에서 패배한 뒤 트럼프 당선인은 “1월 6일은 아주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말로 폭력 사태에 불을 지폈다. 현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결정적으로 달라야만 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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