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하늘 끝에서 이는 이즈음, 그대 심사는 어떠하신지. 기러기가 전할 소식은 언제쯤 오려나. 강호엔 가을 물이 잔뜩 불었을 텐데. 문장가는 운수대통하는 걸 싫어하고, 도깨비는 사람의 실수를 좋아한다지요. 그대 분명 굴원(屈原)의 원혼과 얘기 나누며, 멱라수(汩羅水)에 시를 던져 바치겠지요. (凉風起天末, 君子意如何. 鴻雁幾時到, 江湖秋水多. 文章憎命達, 魑魅喜人過. 應共冤魂語, 投詩贈汨羅.)
―‘하늘 끝에서 이백을 그리다(天末懷李白·천말회이백)’ 두보(杜甫·712∼770)
부역 죄인! 어쩌다 이백은 이런 엄혹한 멍에를 쓰게 됐을까. 당나라에서 벌어진 안사의 난 와중에 반기를 든 영왕(永王) 이린(李璘)을 추종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귀주성(貴州省) 야랑(夜郞)으로의 유배형. 당초 사형에서 그나마 감형된 거였다.
풍토병이 창궐한다는 오지로 내치다니, 두보는 안절부절 불안하기만 했다. 가을 물이 불어나 물결이 드셀 터이니 제때제때 소식이 전해질 것 같지 않고, 문장가는 운세가 사납기 마련이라는 속설을 생각하니 왠지 께름칙하다. 이백이 저지른 실수가 소인배들에게 책잡힐 것 같은 불안감에 ‘도깨비는 사람의 실수를 좋아한다지요’라며 걱정한다. 설핏 초나라 충신 굴원이 억울하게 축출된 후 멱라강에 몸을 던진 역사가 뇌리에 스친다. 동병상련의 심정, 이백은 ‘굴원의 원혼’을 달래려 시 한 수를 강물에 띄웠으리라.
다행히 이백은 도중에 사면을 받았으니, 두보의 노심초사는 혼자만의 해프닝으로 끝난 셈. 하나 뒤늦게 사면 소식을 접한 두보로서는 한동안 애간장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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