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장률 하향-韓 대외수요 감소 전망
美, 인플레 우려로 금리 인하 늦출 가능성
“경기냐, 환율 방어냐” 韓 경제 운용 제약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체감경기 힘들 것
2025년 을사년의 을사는 푸른 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 뱀은 지혜와 변화를 상징하는 동물이고, 서양에서는 위험과 유혹을 상징하는 동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말 2025년은 시작부터 정치, 경제 양쪽이 도전적이고 불확실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 우리 국민 모두의 힘과 지혜가 필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 첫 칼럼으로 희망찬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다소 우울하지만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지혜를 구해 보고 싶다.
여러 연구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올해 세계 성장률이 지난해 3.1%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이 약 2%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은 1%대 초반으로 예측돼 한국의 입장에서는 선진국 시장으로부터의 대외 수요 감소라는 부진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예측된다. 인도는 6%대 중반, 아세안 주요 국가들도 4%대 중반, 그리고 중국은 4%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2025년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의 감소 전망은 대외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 전망 역시 밝지 않다. 2%대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한 연구소도 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2% 달성이 힘들다는 얘기들이 힘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비와 기업 투자 감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2024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수출 부문에 힘입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일부 회복될 수 있겠지만, 성장률 추세 하락을 저지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성장률 전망과 더불어 특별히 2025년 한국이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서는 필자도 그렇고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 지 이미 오래되어 많은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첨언하고자 하는 것은, 트럼프 2기 정책의 최종 효과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2기 주요 정책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 고관세, 법인세 감세, 대(對)중국 수입 통제, 이민 규제 등으로 요약되는데 이 모든 것이 미국 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IRA 보조금 축소로 친환경 배터리 및 전기차 가격 상승, 고관세로 인한 일반 수입물가 상승, 법인세 감세로 기업 투자 수요 증가, 대중국 수입 축소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이민 규제로 인한 근로자 임금 상승 등 전방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화석 에너지 공급을 늘리려는 트럼프 2기 정책은 그나마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일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의 공급 감소 추세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더군다나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계획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물가 상승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관계 역시 인플레이션 상황을 만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대외 실질 수요 감소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 운용 역시 상당히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으로는 기업의 금융비용 절감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안정된 물가 수준에 비해 최근 환율 변동성의 확대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물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어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이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도, 내수 진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세수 감소로 인한 지출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재정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 발행을 통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재정적자를 누적시킬 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높여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통상정책도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통상 압박으로 인해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가 예상되고, 대미 무역균형을 위해서는 수입도 늘려야 한다. 더군다나 세계 성장률 감소로 한국의 총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장관들의 의사결정과 각 부처의 정책 집행이 과연 얼마나 일관성 있게 실행될지 매우 의문스럽다. 2025년 한 해 우리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지만, 뱀의 지혜로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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