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체포가 내란” “평화적 계엄”… 어불성설 법 무시와 국민우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0일 23시 30분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장기 농성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변호인단과 우군 세력을 동원해 본격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보수 진영 일각의 탄핵 반대 여론에 기대어 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체포영장 집행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10일 성명을 내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를 통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 진정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선 “현직 대통령을 장갑차와 헬기를 동원해 보여주기 체포를 하는 건 내전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라며 공수처와 경호처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의 책임을 공수처에 떠넘겼다.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도 1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경찰에 출석해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 적정한 수사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 “현재와 같은 집행 방식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사 기관을 비판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밝혔듯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에 대해서는 집행에 협조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의무”다. 현직 대통령이니 법치주의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발상 자체가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다. 법을 무시하는 윤 대통령의 버티기가 박 처장이 이날 우려한 대통령 관저 앞의 국가기관 간 물리적 충돌과 유혈사태 가능성을 고조시킨 것 아닌가.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의 정당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는 “비상대권이고 긴급한 권한 행사”라는 논리다.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설계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계엄의 밤 “총을 쏴서라도”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같은 윤 대통령이 쏟아냈다는 폭력적 언사들이 검찰 수사로 줄줄이 공개된 터다. ‘평화적 계엄’ 운운하는 것은 궁색한 처지의 윤 대통령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궤변이자 국민 우롱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13일 전원위원회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권고안을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외곽 지원에 나섰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주도해 제출한 권고안에는 180일의 탄핵심판 기간에 얽매이지 말 것, 계엄 수사는 불구속 수사할 것, 체포영장 청구 남발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계엄과 내란 주동자들의 희망 사항이 어떻게 국민 인권 수호 기관의 공식 권고 사항으로 둔갑할 수 있나.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만큼이나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안건은 폐기하고 적반하장식 피해자 노릇도 그만두기 바란다.


#공수처#체포영장#변호인단#계엄#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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