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明 “보안 부탁” 尹 “그래요”… 쌓여가는 거짓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0일 23시 24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최소 4차례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보도된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1년 10월 명 씨로부터 국민의힘 책임당원 5044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텔레그램으로 전송받으며 비공표 조사라 보안 유지 부탁한다는 요청에 ‘그래요’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한 적이 없고, 공표되는 여론조사만 받아봤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명백한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김 여사 역시 카카오톡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는 ‘넵 충성!’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명 씨와 긴밀히 소통하는 대목도 있다. ‘이재명을 택한 11%는 이중 당적자’란 명 씨의 말에 윤 대통령은 ‘이놈들이 홍(준표)으로 가는 거 아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여사가 ‘이러다 홍한테 뺏기는 게 아닐까요’라고 걱정하자 명 씨가 ‘내일 자체 조사를 해보겠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명 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면 공짜로 조사를 한 셈인데 이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수백 명의 조언을 받았다”며 그와의 관계를 평가절하했지만 명 씨와 인사 논의를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김 여사는 명 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보내며 후원회장으로 괜찮을지 물었고, 명 씨 역시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과 비서실장 후보 명단을 김 여사에게 보내며 의견을 나눴다.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란 표현도 등장하는데 황 전 대사와 임 전 실장은 실제로 후원회장과 총괄본부장으로 기용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누구에게 공천 주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는 육성이 나왔고, ‘공관위원장이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했지만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하는 녹취가 발견됐다. 이번 검찰 수사보고서는 명 씨의 PC 1대를 포렌식한 결과일 뿐, 그의 황금폰 3대는 아직 분석 중이다. 또 어떤 대화들이 나올지 모른다.


#여론조사#윤석열#김건희#명태균#정치 브로커#비공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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