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위생과 문화의 만남… 공중화장실의 아름다운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3일 22시 48분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계기로 ‘공중화장실 위생 개선’ 인식 확산
햇빛-조명 등으로 밝게 유지하면, 세균 증식 막아 공중보건에 도움
AI 등 첨단기술로 안전성 높이기도

한국화장실문화협회와 행정안전부가 1999년부터 매년 ‘아름다운 화장실’을 선정하고 있는 가운데 2024년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으로 선정된 충남 천안시 망향휴게소 화장실의 내부 모습.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한국화장실문화협회와 행정안전부가 1999년부터 매년 ‘아름다운 화장실’을 선정하고 있는 가운데 2024년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으로 선정된 충남 천안시 망향휴게소 화장실의 내부 모습.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한국화장실문화협회는 1999년부터 매년 행정안전부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80곳의 화장실을 응모했고, 이 중 27곳의 화장실이 아름다운 화장실로 선정됐습니다. 대상은 망향휴게소 화장실이 차지했습니다. 한국화장실문화협회는 “한옥 문화의 특징을 살린 내부 인테리어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중략) 소변기 하단에 배수로가 설치되어 있어 오염 발생을 줄이고 화장실 내부를 쾌적하게 만든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 2002 한일 월드컵이 이끈 화장실 혁명

정부는 1999년부터 ‘아름다운 화장실’을 선정해 시상해 왔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두고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을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간접자본은 운수, 전력 같은 동력 및 공중위생 등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되는 여러 가지 공공시설을 가리킵니다. 공중화장실도 그중 하나입니다.

1999년 이전에는 공중화장실 위생 관리에 대한 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공중화장실 위생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행정자치부(현 행안부)가 담당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그 결과 2004년에 ‘공중화장실법’이 제정됐고, 국내 공중화장실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깨끗하고 편의성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클래식 같은 음악이 흐르는 우아한 공간으로 바뀐 겁니다.

공중화장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시민에게 공개된 공공시설입니다. 공중화장실은 흔히 ‘문화 수준의 척도’로 불립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외지에서 방문한 사람에게 지역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중화장실이 아름다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화장실이 우리의 건강과 삶에 연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음식을 먹고 소화한 뒤 남은 대변과 노폐물이 쌓여 만들어진 소변을 배출합니다. 화장실은 노폐물 배출 활동이 이뤄지는 주된 공간이죠. 대변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 등의 병원체가 사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노폐물에 남은 병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공중위생의 개념이 자리 잡기 이전 인도와 유럽 등지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이 콜레라에 걸려 사망한 것도 오염된 물과 분뇨 때문이었습니다. 강이나 바다로 흘러간 병원체는 사람이 먹고 마시는 음식물에 포함되거나 주변 공기로 퍼지면 감염병을 일으킵니다.

개인의 위생을 잘 지켜도 감염병이 퍼지면 누구나 질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공중위생은 공중보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17세기 들어 하수도가 보편화되면서 유럽에서 콜레라의 창궐은 줄어들었지만,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일부 국가에서는 지금도 대소변에서 기인한 병원체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드는 과학

대소변이 변기와 바닥 등에 묻어 있으면 노로바이러스, 대장균 등의 병원균이 공기에 떠다니면서 사람들이 감염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변기와 바닥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돼야 합니다. 또 대소변이 묻은 휴지 등이 버려진 휴지통에서도 병원균이 퍼질 수 있어 가급적 휴지통도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실의 밝기도 위생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두운 공간에서는 악취를 방출하는 곰팡이가 잘 자라나기 때문에 조명을 밝게 켜거나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화장실을 지어야 합니다. 어두운 타일을 깔면 빛을 모두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밝은 타일을 사용하는 쪽이 세균 증식을 늦추기에 유리합니다. 1999년 제1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은 수원시 반딧불이 화장실을 설계한 진우종합건축사사무소 김동훈 대표는 “햇빛이 낮에 잘 들어오도록 서쪽에 창문을 크게 내면 좋다”고 말했습니다.

화장실 혁명 초반에는 주로 ‘위생’이 아름다운 화장실의 기준이었으나, 지금은 ‘친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 ‘안전’, ‘접근성’ 등의 기준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성동구는 관내 공중화장실에 인공지능융합기술(AIoT)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시설 168대를 설치해 범죄 예방과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한 인공지능(AI)과 스마트 센서를 연결한 뒤, 센서에 감지된 움직임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면 AI가 경찰에 신고하는 기술입니다. 성동구 청소행정과 문선우 주무관은 해당 시스템에 대해 “화장실에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수 없어 위급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이러한 시스템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자원을 절약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재료공학과 빈 수 교수팀은 물 없이도 대소변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든 변기를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은 변기 표면에 미세한 구멍들을 만든 뒤 미끄러운 실리콘 오일을 발라 매끄럽게 했습니다. 그 결과 흙탕물과 우유 등의 물질이 물 없이도 미끄러졌습니다.

또 공중화장실은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차에서 내려서 바로 찾을 수 있거나 주변 건물 바로 옆에 설치하는 등 위치를 잘 선정하고,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 표지판이 눈에 잘 띄어야 합니다. 어린이와 임신부, 장애인, 노약자 등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려해서 설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화장실문화협회 표혜령 대표는 “어린이들이 사용하기 좋은 공중화장실이 되려면 넘어지지 않도록 미끄럽지 않은 타일을 깔거나, 문을 여닫을 때 손이 끼지 않도록 방지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다”고 말했습니다.

#한국화장실문화협회#아름다운 화장실#공공기관#위생 관리#공중화장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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